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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의료 서비스 만족했습니다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50대에 죽으면 말거리가 되고 80대에 돌아가면 당연하다고 한다. 부고를 들으면 먼저 왜 돌아가셨냐고부터 묻는다. 젊은 죽음은 암이 단연 많다.

우리 집안에는 암 내력이 있다. 안사람도 암 환자였다. 오래전 우리 아이들은 자고나면 엄마 걱정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완쾌됐지만.

몸 속에 암의 씨앗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이것이 스트레스 바이러스다. 맛있는 음식도 안심할 수 없다. 부어라 마시자 즐기는 술도 문제다. 숨 쉬는 공기도 혹시 오염되지는 않았을까, 스트레스 대상이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 뭘 먹은들 안심하리오. 잊고 살면 그만인 걸. 지나보면 기우인 걸. 그런데도 자나 깨나 불안하게 산다. 스트레스다.

연평도 대포소리가 요란하던 날 한국에 도착했다. 건강검진을 하기도 전에 나랏일이 먼저 걱정되었다.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가기는 마찬가지라지만 준비도 없이 졸지에 간다는 것은 왠지 서운할 것 같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달려드는 것이 암이라지만 전쟁 역시 민초들의 뜻과는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지옥에 갖다놔도 잘 버틴다는 농담처럼 역시 한국사람들은 담대했다. 사우나의 불가마에 단련되면 지옥의 불화로도 너끈히 견딘다는데 연평도의 요란한 총소리, 대포소리는 그냥 호국 훈련 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평시처럼 검진준비를 했다. 3시간 30분. 참 짧은 시간에 암 정밀검사를 마쳤다. 미국에선 위내시경 검사 하나를 받아도 한나절 정도 걸리는데 그새 거의 30가지 검사를 했다니 빨리빨리 문화의 완성판이었다.

퍼뜩퍼뜩, 이리저리 뺑뺑이 돌고, 잠시 자고나니 점심시간이다. 뭔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한국은 하이테크의 최선진국인 것처럼 의료부문에서도 이미 선진국이었다. 마치 주판으로 계산하던 것을 컴퓨터 계산하는 것 만큼이나 빨리 진행되었다.

요즘 한국은 여성들이 먹여 살리는 것 같다. 여자들이 골프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고 활도 잘 쏜다. 내가 검진을 받았던 대학병원 강남센터도 예쁘고 친절한 여직원들과 여자 간호사 그리고 환자들을 돌보는 식당까지 모두 여자들의 관할지였다.

산은 산이로되 옛 산이 아니고 길은 길이로되 옛 길이 아니듯 병원은 병원이로되 옛 병원이 아니었다. 자신감으로 활기로 가득 찬 모습이 자연스레 신뢰감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나는 카이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카이저 병원에서 부분 부분만 고치고 검사를 받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머리에서 발까지 일시에 안팎으로 들여다보고 찍어보고 뽑아보니 개운하다. 미국의 고비용 저효율에 익숙해 있던 내게 한국에서의 의료검진은 신선함이고 암 스트레스를 정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일주일 후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 결과를 보러갔다. 경험많고 친절한 전문의가 화면으로 설명해주었다. 이해는 쉽고 후회는 많았다. 특히 토실토실 살찐 뱃살 속 위장주변은 기름덩어리였다. 술이 웬수로다. ‘주여, 더 이상 주(酒)를 가까이 할 수 없나이다.’

감사하게 암도 없이 고질병도 없는 결과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왔다. 최고의 전문 의료진이 최신의 의료장비로 속속들이 암을 검진했다. 고맙고 기쁘고 감사하다.

안그래도 요즘 모국 의료관광이 인기라는데 더 많은 한인들이 한국의 발전도 직접 확인해보고 최첨단 의료검진으로 건강도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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