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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가보지 않은 산 없어 산다람쥐로 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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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창배 과장이 20일 강원도 오대산 미천골 계곡(해발 920m)에서 4월 말 자신이 찾은 전나무(추정 수령 300년)의 위치를 스마트폰과 지도를 이용해 파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오후 2시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서림리 오대산 미천골 계곡. 계곡을 따라 북쪽으로 300m쯤 올라가면 해발 920m 지점에 추정 수령 300년 이상 된 전나무 두 그루가 하늘을 향해 뻗쳐 있다. 높이 34m, 몸통 둘레 3m가 넘는 거목이다. 산림청 녹색사업단 이창배(31) 과장은 이날 전나무의 생육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다행히 뿌리·가지 등이 상하지 않아 생육상태는 양호했다.

 이 전나무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숲 속에 숨어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노거수(老巨樹)다. 그러나 이씨가 4월 말쯤 이 전나무를 찾아냈다. 이씨가 찾아 낸 노거수는 이 전나무뿐이 아니다. 그는 2년여 동안 설악산 등 전국 유명 산을 샅샅이 뒤져 수령 100년 이상 된 나무 3900여 그루를 찾았다. 그중에는 수령이 12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설악산 음지백판골 주목도 있다. 수종도 신갈나무·소나무·주목 등 94종이나 된다.

 이씨는 “자칫 숲에 묻혀 잃을 뻔했던 산림문화유산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나무의 생육상태는 물론 생김새·위치(지리적 정보)·수령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숲 큰 나무’라는 책자 3권을 펴냈다. 우리 산림 역사 최초로 나무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초석(礎石)을 놓은 셈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뚝심 강한 ‘산다람쥐’라고 부른다.

  동료 김동희(36·여)씨는 “누구도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던 노거수 찾기는 이씨의 뚝심과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합해져 이뤄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씨가 나무를 찾기 위해 가보지 않은 국내 유명 산은 없다. 그는 “지금까지 올라간 산의 높이를 합치면 아마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100번 넘게 오르락 내리락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노거수를 찾으면 먼저 GPS를 이용, 나무의 위치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 기록으로 남겼다. 나무 전문가들이 매년 한 차례씩 생육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대전=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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