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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복권으로 온라인 도박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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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터넷 (도박)게임? 고민이다. 하지만 고객은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온 믿을 만한 복권사업자를 찾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몰타 등 세금과 규제가 없는 역외 사업자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만하다.”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스트렝네스에서 만난 스웨덴복권위원회 피터 앨링 운영·허가국장은 규제 아래 놓인 사행사업이 결국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사행사업 규제당국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역외 사업자 때문에 고민 중이다. 지난 8월 한국생산성본부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온라인 베팅 해외사례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도박의 전 세계 매출액은 2007년 146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261억 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 불법 온라인 도박은 위험 요소다. 영어나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는 웹사이트는 총 213개에 달하고 있고 미 달러나 한국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온라인 도박은 ▶중독성과 사행심이 강하고 ▶외화 유출 우려가 있으며 ▶접근이 쉽고 시공간 제약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인간의 사행심을 무조건 억압할 수도 없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를 완전하게 금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온라인 도박을 근절하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드는 만큼 사회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 내에서 합법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해야 온라인 도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복권 판매로 ‘비식별 시장(unidentified market)’을 ‘식별 가능 시장(identified market)’으로 유도하는 추세다. 식별 가능 시장이란 인터넷 로그인이나 이용자카드 등을 활용해 복권이용자의 이용 행태, 습관, 구매 이력 등을 식별할 수 있도록 형성된 시장을 말한다. 핀란드의 복권사업자인 베이카우스의 등록 고객은 지난해 말 108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4만 명이 고객카드를 발급받았다.

 세계 121개 복권기관이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그중 38개 기관이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이용해 복권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1996년 세계 최초로 핀란드가 인터넷복권을 시작했고 각국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국민에게만 인터넷 복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성년자들의 구입은 차단하고 있다. 규제받지 않는 역외 사업자에 비해 안전한 셈이다.

 한국도 2001년 인터넷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또복권 도입 이후 시장 규모가 급격히 위축돼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의 인터넷복권 판매 비중은 17~18% 수준이지만 한국은 2.2%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넷 도박 관련 특집기사에서 “과거 미국 금주법의 경우 오히려 불법 밀주 제조 규모만 키웠다”며 “차라리 법 테두리 안에서 인터넷 도박을 허용하되, 담배 케이스에 흡연의 폐해를 적시하는 것처럼 인터넷게임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서경호(핀란드·스웨덴)·김원배(미국·캐나다)·권호(프랑스·네덜란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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