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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노트

‘확실한 공영방송’한다면서 7달 만에 문닫는 ‘음악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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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한 KBS의 프로그램 개편 설명회가 24일 열린다. 새해 1월1일자로 시행될 개편안의 화두는 ‘확실한 공영방송 구현’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2TV ‘낭독의 발견’(월), ‘클래식 오디세이’(화), ‘TV 미술관’(목) 등을 1TV로 옮겨 ‘문화존’ 시간대를 꾸린다. 2TV 평일 심야시간대에는 전문 강연프로가 신설된다. 편성팀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2TV의 공영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상파 3사의 유일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음악창고’가 사라진다. 실력파 뮤지션의 라이브 음악쇼를 표방하고 출범한지 7개월 만이다. KBS 관계자는 “2TV 음악프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큰 차별성이 없고, 인디음악은 그런 프로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앞서 MBC ‘음악여행 라라라’가 1년 11개월 만인 지난 10월 막을 내렸다. “낮은 시청률로 인해 제작비 대비 광고수익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이유였다.

 ‘음악창고’가 출범한 것은 KBS 예능국 고위관계자가 “우리에게도 EBS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하면서라고 한다.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 4월 이래 지금까지 670회 이상 공연·방송된 ‘100% 라이브’ 음악프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각광을 받게 된 것도 ‘스페이스 공감’에서 연말 ‘헬로 루키’에 선정되면서다.

 ‘음악창고’의 고원석 PD는 “’공감’ 같은 프로도 역사가 쌓여서 오늘날에 이른 거지 단기간에 폐지했으면 지금의 색깔이 가능했겠냐”고 했다.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에서 부활된 ‘수요예술무대’를 연출하는 한봉근 PD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음악프로는 자리잡는 데만 3~4년이 걸린다”며 “KBS가 상업방송만도 못하게 성급하게 프로를 내리는 게 아쉽다”고 했다.

 실제, 주판 튕김도 제대로 따져볼 일이다. 최원민 서교음악자치회(인디레이블 연합) 회장은 “음악 소비방식이 온라인으로 옮아가면서 메이저 음반사와 인디 레이블의 시장 점유율이 전세계적으로 역전된 상황”이라며 “문화적 변화를 앞서가야 할 공영방송이 인스턴트 소비에 휘둘리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수신료를 올리면서 공영성을 내세우는 KBS, 진정 차별화를 원했다면 아이돌 일색의 ‘뮤직뱅크’가 타깃이 아닐까 싶다.

강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