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반의 외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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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11면

지리산 주 능선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형제봉 자락이 섬진강과 맞닥뜨리는 해발 300m쯤에 고소산성이 있습니다. 신라 시절 만들었다고 전합니다. 신라 시절 나당연합군의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 정벌을 위해 고소산성에 올랐을 때 주변 풍경을 보고 중국 후난성의 악양 풍경을 닮았다고 해서 이 일대를 ‘악양’이라 이름붙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동정호’와 ‘악양루’가 후난성에도, 하동에도 있습니다. 왠지 조금 서글픕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지리산학교 사진반 아줌마, 아저씨들과 함께 산책 삼아 고소산성에 갔습니다. 참나무 낙엽이 신발을 덮을 정도로 푹신하게 깔린 등산로를 헉헉거리며 올랐습니다. 쨍하게 추운 날에는 헉헉거리는 숨조차 차갑습니다. 그래서 더 시원하기도 합니다.
모두 한눈에 쫙 펼쳐진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을 보며 탄성을 질러댑니다. 성벽 길 중간에 우뚝한 소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찍히며 잘 놀았습니다. 애나 어른이나 장난감이 있으면 잘 놉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만나 악양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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