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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한세예스24홀딩스 최대주주 김석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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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오후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로비에서 그를 기다렸다. 잠시 후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사람이 약속 시간에 늦어서인지 겸연스레 인사를 했다. “아이스타일24 김석환(이사)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그를 보니 청바지에 코트 차림이었다. 그의 나이(36세)보다 열 살은 젊어보였다. 중견기업의 2세라 해외 명품 브랜드 정장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그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분 26.9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아버지 김동녕 회장으로부터 미리 지분을 물려받은 덕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의류업체 한세실업과 인터넷서점 예스24, 인터넷 쇼핑몰 아이스타일24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지주회사다.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세실업은 미국인 3명 중 1명이 이곳에서 생산한 옷을 입을 정도로 국내 최대 의류업체 가운데 하나다. 나이키·빅토리아시크릿·홀리스터·올드네이비·아베크롬비·아메리칸이글 등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만들고 있다.

글=김창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기내용 카메라 가방 (Jill.e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코트는 디스퀘어드, 목도리는 자라, 신발은 솔규바노.

“키가 훤칠하신데요. 얼마나 되시죠.”

 “1m85cm입니다.”

 “그럼 몸무게는요.”

 “69kg입니다.”

 “모델 체격이시네요. 결혼을 안 하셨던데요. 동생들도 안 했겠군요.”

 “아니요. 다 했는데요.”

 “(결혼을) 안 한 건가요, 못 한 건가요.”

 “못 했죠.”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한세예스24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남동생(34), 여동생(29)이 모두 결혼한 뒤에도 혼자서만 미혼으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니. 인터뷰는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게 그의 결혼 이야기로 흘렀다.

 “아버님께선 결혼하라고 안 하시나요.”

 “회장님께선 매일 말씀하시죠.”

 “그럼 인터뷰를 통해 공개 구혼하시죠.”

 “아니 절대 안 됩니다.(하하하)”

 “왜요.”

 “그건….”

 “여러 사람으로부터 소개받으실 거 같은데.”

 “분기에 한 번꼴로 받긴 합니다. 그런데 바빠서 2주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좋은 남자가 결혼하는 게 아니다. 결혼한 남자가 좋은 남자다’ 그래서 노력을 했는데….”

안경도 김석환 이사가 애용하는 패션 소품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나인(999.9)버나드윌햄·이브생로랑·블랙바렛.

사진 촬영은 그의 오랜 취미 가운데 하나다. 니콘 D3s(렌즈 14-24mm 2.8N).

그가 가장 아끼는 스웨터. A&G 제품으로 디자이너가 샘플로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신규 사업, 부동산 등 그룹의 굵직굵직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거의 모든 식사 약속을 외부 거래처와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을 겨냥한 온라인 전용 패션브랜드인 ‘NYbH’를 선보여서 더욱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NYbH의 후드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얼마나 바빴나요.”

 “하반기 들어 친구를 아무도 못 만날 정도였어요.”

 “NYbH 브랜드의 전망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다른 곳에서 20만원 정도에 팔리는 품질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3만원대에 파니까요. 재고를 일주일치만 갖고 있어서 물량 부담도 적고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스티브 잡스는 어릴 때부터 롤 모델이었어요. 6~7세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갖게 됐는데 그때 이미 잡스가 스타였어요. 그후 잡스 관련 책 등을 빠짐없이 사서 읽었지요. 잡스는 ‘옷 입는 시간이 아까워서 같은 복장(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을 한다’고 해요. 저는 그렇게 따라하지는 못하고 청바지를 살 때 한꺼번에 같은 디자인을 여러 가지의 색으로 사서 돌려가며 입었지요. 효율을 추구했다고 할까요.”

 “패션 회사에 근무하면서 항상 비슷한 복장을 하고 다니면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바꿨어요. 효율만 따지는 패션으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마케팅도 할 수 없고요. 지금은 많이 사고 많이 입어요. 그러면서 패션에 재미를 들였지요.”

 그는 한영외고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조지워싱턴대에서 학사(경영학)와 석사(컴퓨터공학)를 마치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업체에 잠시 근무했다. 2006년 한국으로 돌아와 후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어떻게 옷을 입나요.”

 “남과 다른 아이템을 선택하고 소화하려고 노력해요. 2세라고 해서 최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손가락질을 받지만, 옷 잘 입고 다닌다고 뭐라고 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옷 잘 입는 건 큰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얼마나 옷 입는 데 시간을 쓰고 관심을 갖느냐의 차이지요.”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

 “정장은 주위에 잘 입는 사람이 많아서요. 캐주얼에 중점을 두지요. 최근에는 ‘일본식 재해석’ 형태를 즐겨 입어요.”

 “일본식 재해석이라니요.”

 “예를 들면 천에 미국적 문양이 있는 셔츠라고 해도 몸에 달라붙게 디자인한 것이지요. 미국적인 옷은 대부분 윗옷이 헐렁하거나 바지통이 넓거든요.”

 “옷은 몇 벌이나 있나요.”

 “세보지 않아서요. 방의 절반 이상은 차지할 정도입니다. 보통 겉옷을 중심으로 구성해 옷을 입는데요. 겨울에는 3~4개 코트에 다른 옷을 맞춰서 입습니다.”

 “패션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패션의 첫인상은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 그 다음 옷으로 가고 신발에서 완성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신발은 일본 등에서 가능하면 특이한 것을 사지요.”

 “아버님과 의견 교환은 어떻게 하나요.”

 “함께 사니까 집에서 많이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의견교환을 제일 많이 할 때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죠. 회장님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시거든요. 사적인 자리에서의 의견 교환은 20% 정도밖에 안 돼요. 집에서 새벽 2시까지 얘기를 하거나 오전 출근 전에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그는 인터뷰 내내 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시계를 차거나 반지를 끼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시간이 나오는데 굳이 시계를 찰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이유였다. 그는 대학 동기 가운데 귀를 뚫지 않고 머리에 염색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했다. 골프를 칠 일이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회장님께서 ‘젊은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서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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