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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로스쿨 ‘합격률 75%’에 모두 불만 … 진통 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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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2차 회의가 7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황희철 법무부 차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변호사 시험 합격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2년 3월 처음 실시되는 변호사시험에서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 이상을 합격시키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의 75% 이상’. 7일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2012년 처음 치러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제시한 수치다. 법조계에서 ‘합격률 50%’를 주장해온 변호사 단체와 자격 시험화를 요구해온 로스쿨의 대립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단체는 물론 로스쿨 쪽에서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관리위원회 결정 내용이 발표된 뒤 법무부 한명관 법무실장은 “2007년 로스쿨 입법과정 당시 합격률을 70~80%선에서 정하기로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었다”며 “그 중간선인 75%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입학정원(2000명)을 기준으로 볼 때 첫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는 1500명인데, 이 1500명은 로스쿨법 제정 당시 유력하게 논의됐던 로스쿨의 정원이라는 게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당시 법안 마련 작업에 참가했던 검찰 관계자는 “한국 법률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1500명 정도면 적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번 합격률 결정으로 2012년 2500명의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조인이 배출되게 됐다. 그 해의 사법연수원 수료생이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리위는 “신규 배출 변호사가 기존 법률시장에 집중되지 않도록 직역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변협 로스쿨 특별위원회의 서경진 변호사는 “사법시험에서 1000명씩 배출되는 상황에서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를 합격시키는 건 지나치다.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법률시장이 포화를 이룬 상태에서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결국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현재 1만1000여 명의 변호사에다 매년 1500~2000명 이상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배출될 경우 변호사업계가 과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휴학을 하거나 자퇴 등 중도 하차하는 로스쿨생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험 경쟁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 로스쿨 교육의 질이 사법연수원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다.

 로스쿨 측은 “향후 변호사시험이 이어지면서 합격률이 급락할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 결국 합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다섯 번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정종섭 이사장은 “자꾸 합격률이 낮아지면 학생들이 수업은 무시한 채 시험에만 매달려 과거 사법시험과 같은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학생협의회 측은 이날 결과가 공개되자 각 로스쿨의 학생 대표들과 비상 회의에 들어갔다. 학생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변호사 자격이 있는지만 따지는 자격시험으로 가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회의 결과를 토대로 대처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의 변호사시험 운영 방향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 측은 “내년부터 매년 최대 20%의 정원을 유급시킬 것”이라며 학사 관리 강화를 내세워 자격시험화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철재·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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