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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에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5호 11면

악양의 동쪽 입구, 개치마을 언덕배기에서 본 섬진강입니다. 화개에서 내려온 강물이 나를 지나 하동의 남해로 빠져나갑니다.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한눈에 꿰찰 수 있는 곳 중 저는 이곳을 으뜸으로 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10여 년 전 악양으로 내려와 살면서 할 일 없이 쏘다닐 때 자주 찾았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입산동기인 진돗개 ‘산돌이’를 끌고 올라와 둔덕에서 강바람 맞으며 막걸리도 마시고, 산 생활을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 고민하며 담배연기 뿜었던 곳이니 저에겐 남다른 곳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10년은 이미 지났고 오늘도 흐르는 강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강물이, 세월이 바람 타고 잘도 갑니다. 들이닥치던 매 순간이 어느덧 지나간 시간이니 산다는 것은 결론 없는 과정일 뿐입니다.

벌써 몇 군데서 내년 달력이 날아왔습니다. 둘둘 말린 달력을 펼치니 ‘2011’이 찍혀 있습니다. 어느 사려 깊은 달력 디자이너는 아직 지나지 않은 12월을 첫 장에 넣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붙들어 매도 가는 놈을 미리 당길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가는 놈을 잡으려 애쓸 필요 또한 없는 듯합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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