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3도 폴란드 30명 동사 … 발칸 3국 폭우로 비상사태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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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월 들어 유럽 각 지역이 한파·폭설·홍수 등 기상 재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동부 유럽에서는 지난해 북반구에 불어닥쳤던 기록적인 혹한이 재현되고 있다. 한파로 폴란드에서만 30명이 사망했으며 체코·리투아니아 등에서도 1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의 경우 기온이 섭씨 영하 33도까지 내려가 술에 취하거나 노숙하던 35~60세 남성들이 주로 희생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온은 영하 23.5도까지 떨어져 1931년 이후 12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서유럽에선 적설량이 60cm에 이르는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영국 런던 개트윅공항의 경우 활주로에 눈이 쌓여 1일부터 3일 오전까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철도도 잉글랜드 남부 노선이 모두 끊겼고 유럽 대륙과 런던을 잇는 유로스타도 절반만 운행했다. 런던 등 대도시에선 버스가 다니지 못하자 지하철로 시민들이 몰려 운행이 지연됐다. 이날 영국 전역의 6500개 학교가 휴교했다.

 프랑스의 리옹 공항도 폐쇄됐다. 북서부 랑발 지역에선 발이 묶인 차들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자 500여 명이 임시숙소 신세를 져야 했다.

독일 베를린에선 2일 하루 동안만 12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에선 홍수 사태가 벌어졌다. 반도를 관통하는 드리나 강이 폭우로 104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수심이 불어나 크로아티아 남부의 가옥 700여 채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보스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드리나 강 유역 대부분 마을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2010년”=한파가 유럽을 휩쓸고 있지만 올 한 해는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셸 자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서 “올해 평균기온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1850년 이래 가장 따뜻했던 1998년과 2005년보다 조금 높았다”며 “12월이 남아 있지만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WMO에 따르면 올해 육지와 해수면 기온이 61~90년 평균기온(14도)보다 0.55도 높았다. 파키스탄에선 올 여름 53.5도까지 올라가 42년 이래 아시아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자로 총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한 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온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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