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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쇼쇼·장수만세·아씨 … 문화의 선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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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TBC는 1964년 첫 민간TV로 개국했다. 국내 방송도 복수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후발주자인 TBC는 KBS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발탁했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앞선 감각의 드라마·쇼·교양 프로그램들은 20세기 후반 대중문화 트렌드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게 버라이어티쇼의 효시인 ‘쇼쇼쇼’다. MC ‘후라이보이’ 곽규석을 필두로 조영남·펄시스터즈·김추자·정훈희·남진·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장미화·정미조 등이 ‘쇼쇼쇼’로 스타덤에 올랐다.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TV에서 처음 부른 것도 TBC였다. 당시에 볼 수 없던 다채로운 카메라워크와 편집은 시각적 충격을 안겼다.

 TBC는 코미디에도 돌풍을 불러왔다. 74년 시작한 ‘살짜기 웃어예’는 명동 및 대학가의 재야 입담꾼을 대거 발탁했다. 임성훈·최미나·허원·김병조 등은 2~3분가량의 짧은 코너로 기존 코미디와 또 다른 개그 시대를 열었다. 가족 오락프로 ‘장수만세’, 최초의 논평성 대담프로 ‘동서남북’ 등은 민간방송임에도 공익 본분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에도 연극·영화배우·성우 출신을 전방위로 기용했다. “연기자를 우대하고 자긍심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탤런트 강부자)에 히트작이 이어졌다. 특히 70년 3월부터 71년 초까지 방영된 ‘아씨’는 당시 최장수 기록(253회)을 세우며 폭발적인 시청률(업계 추산 70%대)을 올렸다. 70년 37만여 대에 그쳤던 TV 보급 대수가 1년 만에 61만여 대로 늘어난 것이 ‘아씨’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중앙일보는 한국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주도한 TBC의 창의·실험정신을 이어받은 종합편성채널을 준비 중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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