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서해 5도 전력 증강 다짐,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우리 군이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을 허용하고 이를 충분히 응징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서해 5도의 군사적 열세에서 비롯됐다. 북한군이 수년에 걸쳐 서해 5도와 마주한 북한 서해안에 1000여 문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증강 배치하고,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는 동안 우리 군의 대응은 고작 K-9 자주포 12대를 배치한 것이 고작이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1000여 문에 이르는 북한군 대포에 대적하기는 처음부터 무리다. 우리는 이 같은 전력상의 비대칭성이 북한군으로 하여금 연평도를 포격하겠다는 오판(誤判)의 여지를 주었고, 또 우리 군의 대응을 어렵게 했다고 본다.

 전력 증강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서해 5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전력 증강을 위한 예산을 전혀 뒷받침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뒤늦게 “서해 5도와 같은 취약지는 국지전(局地戰)과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세계 최고의 장비를 갖춰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6년 결정됐던 해병대 병력 감축계획을 백지화하고, 서해 5도의 전력 보강을 위해 2636억원의 예산 배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거리가 짧은 견인포를 장사정포로 교체하고 K-9 자주포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력 증강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적의 포격 위협 속에 노출된 서해 5도 주민들의 탈출 러시는 때늦은 정부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군은 최단시간 내에 서해 5도의 대응전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해 5도에서 북한군이 아예 도발할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기편제를 개편하고, 방호체계를 굳건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방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전력 증강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회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국방예산 개편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