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공격이 우리 탓이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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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럴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국가 안보의 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힘을 한데 모아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심각한 국론(國論)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천안함 사태 때와 꼭 닮은꼴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 외에 요즘 인기 절정인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분열의 최전선으로 등장한 게 달라졌을 뿐이다.

 트위터 세상에선 연평도 피격 직후 북한을 강력히 응징하자는 의견과 오히려 우리가 서해 군사훈련으로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책론이 팽팽했다고 한다. “북한 심기 그만 건드리고 훈련 그만하랬을 때 그만뒀어야지”라는 식이다. 훈련은 핑계에 불과하고 이번 도발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사실이 훤히 드러난 마당에 북한 논리를 그대로 따르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를 ‘남측 자작극’이라 우기고 그 주장을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이 되풀이하며 남남갈등이 빚어졌던 것의 재판이다.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트위터 글)라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책임을 돌리는 정치권의 여론몰이도 그때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간 만행 앞에서 공분을 느끼긴커녕 가해자에게 면죄부(免罪符)부터 안겨주려는 것인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지만 지금 같은 준전쟁 상황에서 국익을 해치는 여론 선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언제 추가 도발이 있을지 모르는 이때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이야말로 적이 가장 원하는 바다.

 SNS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국에 민방위 동원령이 내려졌다” “전쟁 났으니 피난 가라”는 등 유언비어(流言蜚語)를 유포하는 철없는 행동도 금물이다. 장난으로 벌인 일이 자칫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지는 엄연한 범법 행위이기도 하다. 다행히 성숙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의 전달을 자제하자는 자정 운동을 벌이고 있긴 하나 충분치 않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라는 군인만 지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