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만장자 클럽 “세금 더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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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에서 자칭 백만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의 중단을 요청하고 나섰다.

 ‘튼튼한 국가회계를 위한 애국 백만장자’ 라는 이름의 단체 소속 45명은 20일(현지시각) 자신들의 웹사이트(www.fiscalstrength.com)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려 “우리들과 같이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는 감세 연장을 하지 말고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감세 조치를 연간 소득 25만 달러 이하 중산층에 대해서만 연장할 방침인 반면, 공화당은 부유층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감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유층 일부가 오바마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들은 “미국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에게 감세는 필요 없으며, 우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재정 적자뿐 아니라 다른 납세자들이 떠안아야 할 부채부담을 늘리게 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가보다 정치를 앞세우는 사람들에 대해 결연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며 “미국의 회계 건전성과 동료 시민의 복지를 위해 100만 달러 소득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할 것을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연간 100만 달러를 벌고 있거나, 벌었던 적이 있는 충직한 시민으로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궐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체의 성격에 대한 설명과 그간 활동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바마를 지원하기 위해 급조된 일회성 단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참여자 중에는 민주당에 대규모 정치 헌금을 해온 열혈 지지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세금 감면 반대 운동에 참여한 아동 정신과 전문의 게일 퍼먼은 민주당에 거액의 정치헌금을 해왔으며,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의 공동 창립자 벤 코언은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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