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중들, 이용대 땀 수건 쟁탈전 … CC-TV는 박태환 특집 방송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3호 08면

지난 19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 텐허체육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중국인들의 눈동자는 셔틀콕을 따라 바삐 움직였다.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3세트 접전 끝에 한국의 이용대-정재성 조가 마르키스 키도-헨드라 세티아완 조(인도네시아)에 2-1(15-21, 21-13, 18-21)로 석패, 동메달에 그쳤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아~” 하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마치 중국의 간판 선수가 진 것처럼 아쉬워했다.

광저우 달구는 스포츠 한류

배드민턴을 국기(國技)로 삼는 인도네시아 팬이 수백 명 있었다. 나머지 5000여 명은 중국인이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이용대는 홈 경기를 치르듯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용대(22·삼성전기·사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중국에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35·영국)과 함께 가장 인기 높은 외국인 스포츠 스타가 이용대라는 얘기까지 있다. 곱상한 얼굴에 남성미가 스며있는 이용대는 13억 중국인을 사로잡아버렸다. 응원석에서는 “짜요(加油), 리용다이~”라는 응원이 끝없이 터져 나온다. 이용대가 땀을 닦은 수건을 관중석에 던져주면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진다.

하태권 삼성전기 코치는 “중국뿐 아니라 배드민턴 인기가 높은 동남아 어디를 가도 용대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류라고 느껴질 정도다. 팬들은 물론이고 외국 선수들, 특히 여자 선수들이 용대에게 인사하고 말을 걸어온다”고 전했다.

남자 단체전에서 중국에 1-3으로 진 지난 15일.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어느 중국 여기자가 작은 ‘사고’를 냈다. 여기자는 “당신의 팬이다. 중국에 당신을 사랑하는 팬이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묻더니 옆의 여기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녀는 “오늘이 내 생일이다. 기념으로 한마디만 부탁한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어수선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대회 경영 자유형 3관왕 박태환(21·단국대)도 대륙이 알아주는 스타다. 20일 대한체육회가 주재한 인터뷰에 한국기자보다 많은 중국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질문 시간의 절반 이상을 빼앗아 가며 박태환의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캐물었다.

박태환 열풍은 그가 14일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1분44초80)을 세울 때부터 시작됐다. 그가 중국 최고의 수영스타 장린(23)과 신예 쑨양(19)을 단거리에서 모두 꺾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 관영 CC-TV는 14일 ‘오늘의 아시안게임 스타’를 소개하면서 10분짜리 박태환 특집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후 인터뷰 때마다 박태환에게 질문이 쏟아져 진행자가 막아설 정도다. 한 중국 기자는 “베이징올림픽 8관왕에 올랐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5·미국)가 집중 질문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한국 축구대표팀 박주영(25·AS 모나코)의 인기도 대단하다. 19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 끝난 뒤 홍명보 감독을 비롯, 동료 선수들이 모두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지만 박주영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붙잡혔다. 사인 공세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자원봉사자들의 이런 행동을 금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