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라던 K-21 장갑차 … 침몰 원인은 설계 결함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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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수상 운행 교육훈련 중 발생한 K-21 보병 전투장갑차 침몰사고는 총체적인 설계 결함 때문인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정환덕 국방부 감사관은 “K-21 장갑차 침몰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육군사관학교와 KAIST 교수 등 학자와 전문가들이 합동조사를 한 결과 사고 원인이 네 가지로 규명됐다”고 말했다. ▶장갑차 전방 부력(浮力) 부족 ▶파도막이 기능 상실 ▶엔진실 배수펌프 미작동 ▶변속기의 엔진 브레이크 효과에 따른 전방 쏠림 심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헬기 잡는 장갑차로 불리는 K-21은 국방과학연구소 선정 명품 무기에 꼽힌 바 있다.

 국방부는 전방 부력 부족과 관련해 “사고 당시 장갑차에 병력이 탑승하지 않아 후방이 가벼웠지만 전방의 부력이 부족해 앞쪽으로 기울어져 물이 내부로 유입됐다”며 “이는 장갑차 중량과 무게중심의 변화에 따른 부력 기준과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상 운행에 대비해 설치해 놓은 파도막이도 제 구실을 못했다. 파도막이는 전방에서 밀려오는 물결을 차단하고 부력을 얻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고 장갑차는 파도막이 높이가 충분치 않고 수상 운행 시 물결의 압력으로 파도막이가 변형돼 있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연구개발을 총괄한 방위사업청, 연구를 주관한 국방과학연구소, 파도막이 규격관리를 맡은 국방기술품질원, 수상 안전성을 평가한 육군시험평가단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정 감사관은 “징계 대상자가 25명인데 징계 시효가 지나 엄중 경고할 방침”이라며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2월까지 K-21 장갑차의 성능을 개선하고, 시험평가를 거쳐 안전성을 검증한 후 전력화를 추진키로 했다.

 정 감사관은 2005년부터 발생한 K-9 자주포의 엔진 고장은 전용 부동액을 쓰지 않았거나 교체 주기를 준수하지 않는 등 운용상 부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사관은 “ 부동액 조달 업무와 정비 업무를 소홀히 한 관계자들을 재발 방지 차원에서 경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6일 발생한 K-1 전차의 포신 파열 사고는 포강에 형성된 미세한 균열이 오랜 사격으로 넓어져 한계점에 도달해 파열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균열이 시간이 지나며 포신 파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군은 모든 K-1 전차의 포신에 대한 정밀 점검을 하고 사격 전에는 반드시 포강경 측정기구를 이용해 사전 점검하고 포구 손질 절차를 철저히 이행토록 할 계획이다.

정용수 기자

K-21 보병 전투장갑차 제원

▶중량 25t ▶엔진 출력 750마력

▶최대 속도 70㎞/h ▶항속 거리 450㎞

▶탑승 인원 12명(승무원 3명, 전투병력 9명)

▶무장 40㎜ 기관포, 기관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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