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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11 │ KTX 타고 가는 경주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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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석가탑(왼쪽)과 다보탑.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그러나 관광객 숫자는 십년 전부터 답보 상태다. 2000년 823만 명을 기록한 뒤로 경주 관광객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주가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고속도로가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녀도, 고속열차(KTX)가 서울∼부산을 세 시간 거리로 당겼어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주 가는 길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새로 생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도 서울∼경주는 네 시간 이상 달려야 했고, 서울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 경주역까지 4시간40분 꼬박 앉아 있어야 했다. 그 숙원이 마침내 풀렸다. 지난 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가 개통되면서 서울∼경주가 두 시간 거리가 됐다. 서울에서 하루 나들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경주가 될 수밖에 없다. 기차여행 11번째 순서로 새로운 경주 여행법을 소개한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경주 기차여행 시간표

고속열차를 타면 서울역에서 신경주역까지 약 2시간5분 걸린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고속열차는 하루에 66대가 있다. 그중에서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1대가 경주에서 정차한다. 다른 열차는 경주에 서지 않고 통과하거나, 1단계 구간인 밀양을 들렀다 간다.

 경주행 첫차는 오전 5시3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첫차의 신경주역 도착 시간은 오전 7시37분. 경주에서 아침밥을 먹고 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경주행 막차는 오후 9시30분 서울역에서 출발해 오후 11시38분 신경주역에 정차한다.

 경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막차는 오후 9시59분에 있다. 막차가 서울역에 떨어지는 시간은 밤 12시6분. 따라서 당일 여정일 경우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하루 최대 14시간 22분 경주에서 머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정만 알뜰하게 짜면 경주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요금은 비싼 편이다. 서울∼경주 일반실 편도요금이 4만5600원이다. 서울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경주를 여행하는 데 왕복 9만1200원이 든다는 얘기다. 아이 둘을 동반한 4인 가족이면 27만3600원이다.

개별 이동 방법

경주는 혼자 돌아다녀도 좋다. 경주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이 경주 시내에 몰려 있어서다. 경주 시내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문무왕릉과 양동마을을 제외하곤 자전거 타고 휘파람 불며 다녀도 얼추 다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는 경주 시내 곳곳에서 빌릴 수 있다. 하루 대여비 7000원. 스쿠터도 있다. 125cc 하루 대여비가 4만5000원이다. 하나 자전거와 스쿠터는 양동마을이나 문무왕릉까지 가기엔 무리일 수 있다. 렌터카도 생각할 수 있다. 보통 1500cc 승용차 하루 대여비가 6만5000원이다. 여기에 기름값 생각하면 하루 10만 원은 족히 든다.

 택시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다만, 신경주역이 경주 시내와 약 12㎞ 떨어져 있는 데다 할증요금까지 붙어 비싼 게 흠이다. 요즘 신경주역에서 경주역까지 요금은 1만5000원 가까이 나온다. 정상요금(9100원)보다 50% 정도 비싸다. 경주에선 택시를 한나절 빌려 여행할 수 있다. 10만∼15만원. 이동 거리에 따라 다르다.

 마침 경주의 문화단체 신라문화원(www.silla.or.kr)에서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천년 마중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택시기사 27명이 영업시간 줄여가며 경주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교육을 99시간 받고 ‘천년 마중’ 브랜드를 택시에 붙였다. 일종의 ‘달리는 경주 가이드’인 셈이다. 하루 빌리는 데 10만∼15만원. 054-775-7979.

먹는 게 더 중요하다

경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도시다. 세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세 곳이나 거느린 도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더욱이 경주의 문화유산은 시대와 종교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1995년 선정된 석굴암·불국사 그리고 2000년에 선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신라의 불교 문화유산이고, 올 6월 선정된 양동마을은 그로부터 천년이 흐른 뒤인 조선 후기 유교 문화유산이다. 한 도시 안에 전혀 다른 종교적 기반을 둔 문화유산이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공존하는 상황은, 경주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사례다.

 경주가 낳은 세계문화유산 대부분이 시내에 몰려 있다. 양동마을과 문무왕릉만 예외다. 이를 테면 대릉원에만 가면 천마총·첨성대·분황사·황룡사지·계림·월성을 한걸음에 돌아볼 수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 얻으면 쉽게 찾아다닐 수 있다.

 문제는 음식이다. 경주는 먹을 게 풍부한 고장인데, 의외로 외부에선 잘 모른다. 예컨대 경주는 빵의 고장이다. 황남빵도 있고, 경주빵도 있다. 둘 다 맛있다. 경주는 또 한우의 고장이다. 횡성·영월·장흥·상주 등 한우를 관광 브랜드로 내건 전국의 유명 한우 산지보다 경주에 한우가 더 많다. 전국 시·군 단위에서 경주는 한우 사육 마리수 1위 도시다.

 신라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경주 시내에 산재한 맛집을 열거한다. 입맛 따라 고르시라. 특히 경주 시내에 있는 재래시장은 꼭 들러보라 권한다. 시장에 들어가면 반찬 12가지 늘어놓고 파는 경주 특유의 밥집이 늘어서 있다. 가격도 4000원밖에 안 한다. ●도솔마을(054-771-7171) 경주한정식 8000원 ●황남맷돌순두부(054-748-9232) 두부전골 8000원 ●원조콩국수(054-743-9643) 콩국 4500원 ●화산운수대통한우 보문점(054-763-6767) 한우갈비(100g) 2만원 ●부성식당(054-745-2258) 비빔밥 8000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차여행 상품 패키지 상품만의 장점이 경주 여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선, 열차표 예매 걱정이 필요 없다. 요즘 주말마다 거의 모든 경주행 고속열차는 매진 행진 중이다. 다음으로, 추가 경비 부담이 적다.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셔틀버스를 갈아타 경주에서 교통비 나갈 일이 없다. 특히 경주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이 많은데, 패키지 상품을 잘 고르면 입장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이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경주 패키지 상품 두 가지를 내놨다. 하나는 당일 여정이고, 다른 하나는 1박2일 여정이다. 신라문화원과 콘텐트를 공유해 탐방 일정이 알차다. 모든 여정에 문화유산 해설가가 동반하며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만 콕 집어서 다닌다. 모든 문화재 입장료가 상품 가격에 포함되며, 신라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신라문화체험장 활동도 덤으로 제공된다.

 당일 여정의 경우 천마총·양동마을·첨성대·계림·안압지 등을 돌아다닌다. 네 명만 모여도 상품이 운영된다. 9만9000원. 1박2일 여정은, 경주가 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3개를 모두 돌아보는 여정으로 짜였다. 양동마을·불국사·첨성대·천마총·남산 등을 돌아본다. 19만9000원.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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