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화은'으로 비구름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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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비구름을 없애기 위해 요오드화은(AgI) 등 화학약품을 살포하는 러시아 비행기.

러시아가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커멓게 드리운 비구름을 몰아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궂은 날을 맑은 날로 바꿔놓은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모스크바 상공에는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공군 비행기 11대가 투입돼 모스크바 외곽 50㎞ 지점에서 150㎞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눠 비행하면서 비구름을 없애는 요오드화은(AgI) 등 화학 약품을 살포했다.

원리는 인공으로 비나 눈을 내리게 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즉 구름 속에 비씨를 적정량 이상 과다하게 뿌려 빗방울이 맺히지 못하게 한다. 적당하게 구름의 비씨를 주면 빗방울로 성장해 떨어지지만 많은 비씨가 구름 속에 뿌려지면 과다한 구름 빙정(Ice crystal)이 생성돼 각 빙정에 배분되는 수분 할당량이 적어져 빗방울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 인공으로 뿌려준 구름의 비씨가 곧 비가 돼 떨어질 자연 상태의 한정된 구름에서 수분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름 속 빙정이 성장하지 못하므로 응결된 빗방울이 적어지고 그렇게 되면 비구름은 점점 가벼워져 약한 바람에도 날아가 버린다.

모스크바에서는 비행기로 구름의 씨를 대량으로 살포했지만 땅에서 씨앗을 연기 형태로 올려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효과가 비행기에 비해 늦게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엄청난 양의 수분이 공급될 때 이렇게 구름의 씨를 뿌렸다가는 되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폭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오성남 원격탐사연구실장은 "인공으로 비구름을 약화시키는 것은 비를 내리게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며 "미국과 멕시코.남미 등에서 날씨를 조절하는 데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우가 내릴 장소를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게 하거나 폭우 자체가 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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