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사업 의혹 풀리나] "김 전 차관이 사업 총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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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결과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의 사령탑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김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왕영용 철도공사 전 사업개발본부장에게서 유전사업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받고 신중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밖에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해 왔다.

◆ 김 전 차관이 총괄=검찰은 지난달 12일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꼭 한 달 만에 김 전 차관을 구속했다.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철도청장으로 재직하면서부터 유전개발 사업의 전 과정에 걸쳐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등 사업을 총괄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그는 지난해 7월 말 왕 전 본부장 등에게 "유전 사업은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사업 목적에 들어 있지 않은 사업이므로 정관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왕 본부장은 다음달 4일 재단 이사회를 열어 '철도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원자재 해외개발 및 조달사업의 지원'을 추가해 사업에 참여할 길을 터 놓았다.

검찰은 사업을 추진한 철도청 산하 철도재단이 우리은행에서 650만 달러를 대출받아 그 중 620만 달러를 러시아 측에 송금하는 데 김 전 차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8월 말에 왕 본부장에게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의 김경식 행정관에게 유전사업의 추진 현황 등을 보고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왕 본부장은 8월 31일 김 행정관을 청와대로 방문해 사업 개요를 설명했다.

김씨는 9월 3일 철도청장에서 건교부 차관으로 옮겨간 뒤 철도청장이 된 신씨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거나 왕 본부장으로부터 대면보고 또는 전화.팩스 등을 이용해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 전 차관은 또 9월 중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 왜 숨겼나=검찰은 김 전 차관이 이처럼 사업을 철저히 챙기고도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전사업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 인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의 수사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 차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여러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유전개발 사업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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