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헌 논의 여부, 조속히 결론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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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G20 이후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에 착수하겠다며 올해 안에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불을 지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당위성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분권형(이원집정부제)이란 방향까지 제시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 1987년 헌법은 다급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 많은 문제점을 노정해 왔다.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으로 인한 국정수행에서의 무책임성 등이 그것이다. 또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따른 기본권 조항 등도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돼 온 수준으로 볼 때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헌이 가능할는지 회의적이다. 이달 초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54.8%는 임기 내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고, 가능하다는 의견은 25.8%에 불과했다.

 개헌은 어차피 권력구조를 피해갈 수 없다.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많이 남아 후보군이 뚜렷하지 않고, 대통령의 힘이 강력한 임기 초반이라야 추진력이 있다. 임기 후반 집권층이 주도한 개헌은 정치적 음모론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부터 충분한 개헌 논의가 있었는데도 현 정부 임기 후반에 들어서서야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려고 애를 쓰니 안타깝다.

 개헌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밀실의 정치흥정이나 다수결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다음 정권에서 처리하자”며 이미 현 정부 내 개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4년 중임제를 거론하지만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더군다나 검찰 수사 문제로 정치권이 혼란스럽고, 4대강, 감세(減稅) 논란 등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맞물려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개헌 논란까지 불 붙인다면 정국 불안만 가중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단 논의를 시작한다면 바짝 달려들어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나 해를 넘겨서도 말의 성찬만 이어진다면 바로 마무리하는 게 옳다. 개헌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몫으로 넘기고 차라리 산적한 다른 현안에 매달리는 편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