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서만 금 5 … 김재범 “어머니 생신날 금메달 선물 너무 기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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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왼쪽)이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쇼키르 무미노프에게 한판승을 거둔 뒤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광저우=연합뉴스]

한국 유도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3개의 금메달(정경미·황희태·김수완)을 수확한 데 이어 14일에도 두 개의 금메달을 보탰다. 남자 81㎏급 김재범과 여자 70㎏급 황예슬이다.

 남자유도 간판 김재범(25·한국마사회)은 이날 광저우 후아공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쇼키르 무미노프(우즈베키스탄)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 챔피언다웠다. 결승전에서 2분45초 만에 안다리걸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1라운드와 8강을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통과한 그는 준결승전에서 우간바타르 오트곤바타르(몽골)를 만나 우세승을 거뒀다. 스코어는 대등했지만 김재범이 경기를 압도했다. 오트곤바타르가 지도 2개를 받는 바람에 김재범이 유효 1개를 얻어 결승에 올랐다.

 김재범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처음이다. 꼭 따고 싶었다. 어머니 생일날 선물을 드리게 돼 기쁘다”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재범은 누구=만년 2인자의 틀을 깨고 한국 유도의 간판이 됐다. 9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로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그는 올해 완전히 한계를 극복했다.

 김재범은 “이제야 81㎏급이 뭔지 알겠다”고 말한다. 그는 3년 전 73㎏급에서 체급을 올렸다. 같은 체급의 이원희(한국마사회)와 왕기춘(용인대) 사이에 끼어 고전했기 때문이다. 73㎏급으로는 큰 키(1m80㎝) 때문에 감량도 한계에 다다랐다. 81~82㎏에 머물던 체중을 순수히 근육만 키워 85㎏ 수준에 오르자 파워가 붙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매고 있던 낡은 도복 띠를 불끈 쥐었다. 9년 전 처음 국제대회에 나선 뒤로 국제대회 때마다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을 2연패한 김재범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한편 여자유도 기대주 황예슬(23·한국체대)도 금메달을 따냈다. 70㎏급 결승전에서 설경(북한)에 반칙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12초 만에 설경이 어깨로 메치기 기술을 구사하다 정수리가 그대로 매트에 부딪혔다. 주심은 곧바로 경기를 중단하고 심판위원장과 상의해 황예슬의 반칙승을 선언했다. 머리가 곧바로 땅에 닿는 기술은 부상 위험이 커 세계유도연맹에서 금지 기술로 정하고 있다.

 황예슬은 침체된 여자 유도계의 ‘신데렐라’다. 올해 1월 수원마스터컵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뒤 발전 속도가 빠르다. 이번 대회 8강과 준결승 모두 한판으로 이겼다. 대회 전 금메달 1개를 목표로 내건 여자대표팀의 서정복 감독은 내심 2개까지 욕심을 냈다. 1개가 13일 78㎏급에서 딴 정경미(25·하이원)였고, 나머지 1개가 바로 황예슬이었다. 황예슬은 “얼떨결에 이겼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런던 올림픽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기뻐했다.

 남자 90㎏급 이규원(21·용인대)과 여자 63㎏급 공자영(25·포항시청)도 동메달을 따 한국 유도는 이틀 연속 출전선수 전원이 메달을 따는 기록을 이어갔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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