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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개선시키는 재활의학 … 요즘은 칼 안대고 운동으로 환자 고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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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웅 교수는 국내 호흡재활분야를 개척한 명의로 손꼽힌다. 재활의학은 노령화시대에 가장 중요한 의료분야가 될 것이라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재활의학이 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급증에다 새로운 기술 접목으로 다양한 고품질의 재활치료가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의학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장애 발생을 예방하는 사회계몽에서부터 노인을 위한 재활용품 개발에도 참여한다. 한국인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다.

그중 90%가 사고나 질병에 따른 후천적 장애인이다(국립재활원 2010년 자료).

지난 1일 취임한 강성웅 신임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게 재활의학의 현재와 새로운 지평을 들어봤다.

-올해 전국 전공의 시험 때 재활의학과가 정신과에 이어 경쟁률 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유망과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일반인 중에는 재활의학이란 단어조차 낯설다.

 “의학은 ‘치료의학’으로 발전해 왔다. ‘사후약방문’식 처치인 것이다. 그러다 50~60년 전부터 ‘예방의학’ 개념이 소개됐다. 그 다음 떠오른 것이 치료 후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재활의학’이다.

 재활의학의 발전은 장애인의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사고 후 평생 반신불수로 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경제활동이 중단돼 빈민층으로 추락했다. 요즘은 사고로 척수를 다쳐도 대다수 외출도 하고, 심지어 운전도 한다. 재활의학이라는 분야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재활의학은 뇌·근골격계·눈·폐·심장 등 모든 장기와 조직을 비수술로 정상에 가깝게 되돌려주는 의학분야다.”

 -재활의학은 제2차 세계대전, 6·25 등 부상자가 많았을 때 급격히 발전했다. 지금은 재활의학 영역이 많이 확장됐다는데.

 “최근엔 절개를 대체하는 영역까지 확대됐다. 예컨대 사고로 호흡 근육이 약해진 환자에겐 기도를 절개하고 호흡기를 삽입한다. 재활의학에선 수술을 하지 않고 호흡운동을 시킨다.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자력으로 호흡할 수 있어 감염이나 폐렴에 의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

 척추질환도 재활의학과에서는 절개를 하지 않고 해당 부위에 고주파를 쏘아 디스크를 치료한다. 초기 디스크 환자에게는 심부근육을 움직이는 특수 운동을 훈련시켜 척추를 바로 잡는다. 몸의 어느 부위든 떨어진 기능을 비수술요법으로 다시 활성화시켜 제 기능을 하게 만드는 것이 재활의학이다. 뇌중풍재활·노인재활·소아재활·통증(관절염·오십견·디스크 등으로 인한 통증)재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심장재활·호흡재활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장애 발생을 막는 것도 재활의학의 영역인가.

 “청소년에게 급증하고 있는 척추질환은 자세와 관련이 깊다. 병원마다 1~2주에 한 번씩 척추 및 관절교실을 열고 자세교육과 재활운동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병원은 직접 학교를 찾아가 바른 자세 교육도 한다. 노인에게는 골절이 되지 않도록 낙상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재활의학이 국가 성장동력의 하나인 실버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데.

 “나이가 들면 한두 가지 ‘장애성 질환’을 갖게 된다. 그런 실버세대를 위해 재활의학과에서는 다양한 실버용품과 기구를 개발하고 있다. 운동보조사 없이도 걷기 재활운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기침을 하지 못해 가래가 목 안에 쌓이는 노인을 위해 기침유발기도 등장했다. 전신마비 환자를 위해 항문괄약근을 이용한 의사소통기기도 개발됐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자세를 자동적으로 바꿔주는 쿠션, 비절개 척추수술을 위한 고주파기기도 개발돼 쓰일 정도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재활병원이 전체 재활병원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대한재활의학회에서는 재활병원 인증제를 실시해 시설·장비·인력·서비스 등 네 가지 요소가 평가기준에 부합되는 병원만 인증하는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재 책정된 보험수가로는 경영을 꾸려나가기가 힘들다는 불만도 많다. 하지만 질을 떨어뜨리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환자들이 재활병원을 찾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재활병원 전체가 자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단계적으로 보험수가 현실화를 이루고, 재활의학 유사 의료행위를 차단해야 재활의학 전반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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