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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위인 재조명에 지자체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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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민주평통자문위원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5년이 넘었다.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도로 정착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역의 특산물이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해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매개로 활용하는 크고 작은 축제가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다양한 축제가 전승되어 왔다. 그러한 전통이 산업사회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축제들이 획일적인 상업주의에 오염되는 등 폐단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전국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9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많은 축제들이 모두 ‘대박’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투자에 비해 초라한 결과를 보이는 축제들이 퇴출되고, 보고 먹고 느끼고 즐기는 축제의 본연을 충족하지 못해 빈축을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축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의 지자체들이 외형적인 것만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축제이고, 축제의 대부분이 특산물 판매 경쟁으로 쏠리고 있다. 물론 지역 특산물의 홍보와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축제도 소중한 문화다.

 하지만 축제 못지않게 그 지역의 위인 발굴에도 앞장서 달라는 주문을 하고자 한다. 어느 지역이나 역사 속의 위인들이 남긴 유훈이 있을 것이다.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우리의 역사에서 국난을 극복하는 데 신명을 바친 위인들은 부지기수다.

 기성세대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안보의식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미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안보를 이야기하면 ‘수구 보수’ 내지는 ‘꼴통 보수’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역사를 외면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 온 과정 속에 우리의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지 않은가. 지역별로 애국애족의 선봉에 섰던 위인들을 최대한 발굴해 교육현장에서 활용한다면 안보가 좌우로 양분되는 이념이 아니라 국민생활의 근원적인 조건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천안지역에서 김시민 장군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활발하게 전개된 것은 5년여 전부터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이 지역 출신 애국지사가 많지만 임진왜란의 3대 전투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주역 김시민 장군의 업적을 기리고 현창하는 데 지역민이 뜻을 모았다. 그 결과 김시민 장군을 다양하게 재조명하게 되고 지역민들에게는 새로운 자긍심을 심어 주고 있다. 드러나지 않던 인물을 억지로 발굴해 영웅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알려진 지역의 위인들을 폭넓게 조명하고 지역민들의 삶 속에 그 정신을 이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라는 것이다.

역사가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역사 속의 위인은 오늘의 우리에게 훌륭한 스승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역사 속 스승으로부터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울 때 미래는 자동으로 밝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민주평통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