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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홍수에 신흥국들 침수 공포 … 자본 규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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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발(發) 달러 홍수에 신흥국들이 침수 공포에 떨고 있다. 본능적인 방어책이 댐 쌓기다. 즉 자본 유출입 규제의 강화다. 이에 따라 1930년대 관세전쟁에 비유되는 자본규제 전쟁, 환율전쟁이 불붙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신흥국과 개발국 진영은 선진국에서 흘러들어온 달러 홍수를 막기 위해 댐 높이를 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달러 홍수로 큰 피해를 본 브라질은 다양한 정책조합을 가장 잘 보여준 나라다.

 브라질은 지난달 18일 유입 외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4%에서 6%로 추가 인상했다. 지난달 4일 헤알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고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IOF 세율을 종전 2%에서 4%로 높였으나, 그 뒤에도 헤알화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의 과다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 정부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가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자국 통화를 방어한 사례를 뒤따르려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들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태국은 지난달부터 외국인 채권 투자에 원천징수세 15%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투기성 단기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채권 투자 때 ‘최소 1개월간 보유’ 등의 예방조치를 취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여러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은행은 “대규모 해외자본 유입을 우려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 대응할 공식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의 채권투자 원천징수 면제를 철회하는 방안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부과금(bank levy)도 도입될 전망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모든 가능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으며 상황에 맞춰 채택할 정책이 있으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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