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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단체 연대에 기대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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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몇 차례 선거 이후 대구 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어 왔다. 지역정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부응하려는 범국가적 노력을 외면한다는 인상도 낳았다.

다행히 대구의 시민사회로부터 반가운 봄소식이 전해졌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가칭)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칭)가 각각 지난주 발족한 것이다.

약칭 '대구연대회의'는 대구 지역 시민사회의 성숙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시민운동 활성화 및 시민단체 간 소통과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는 지난해 17대 총선 직후 대구 지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워크숍을 한 자리에서 제기된 의제다. 지하철 참사.탄핵 정국 등 몇 가지 현안 때마다 일부 시민단체 간 연대가 이뤄지긴 했다. 그러나 한시적이며 대증요법식이었다는 반성하에 향후 지역밀착형 시민운동 전개를 위해선 상설적 연대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연대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없지는 않다. 참여단체 수가 24개에 지나지 않고 특히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지닌 몇 개 단체가 가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자칫 시민단체 간 분파도 대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참여 단체들이 중장기적 전망하에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또 각종 협력사업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자기 완결적이고 일방 하달식의 연대기구가 아니라 안과 밖이 분리되면서도 하나인 뫼비우스 띠 같은 조직방식하에 일반회원까지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동참시키는 인내심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약칭 '민주화사업회'는 재작년 말부터 대구 지역 민주인사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돼 온 사안이다. 그동안 결집이 미미했던 지역 민주화 운동세력을 하나로 묶고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때가 늦었기에 대기만성을 빌어 마지않는다.

두 단체가 대구 시민사회에 등장하는 이때 산뜻한 봄단장을 위해 한 가지 사족을 달고자 한다.

어떤 행사를 기획하면서 타 시민단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 할 때 상대로부터 흔히 듣게 되는 첫 반응은 '어느 단체에서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마치 시민단체 간 파워게임을 염두에 두고 하는 발언 같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가 워낙 양두구육식의 행사를 치르고 중구난방식으로 노선 경쟁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싫증나고 짜증난 기억 때문에 확인차 되묻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 '바다는 무슨 강물인지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며, 큰 산은 어느 티끌인지를 묻지 않고 쌓는다'는 경구를 환기시키고 싶다. 이념적 선명성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실천적 도덕성이 탈근대 사회의 성찰 대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인 연대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김규원 경북대 교수. 사회학, 우리복지시민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