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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몰라도 금방 친숙해지는 리듬과 멜로디가 강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0호 06면

스즈키 아쓰시

일본 가요계를 강타한 K팝의 저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K팝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29일 오후 도쿄 국제포럼에서 스즈키 아쓰시(鈴木篤史·43)일본 유니버설뮤직 매니지먼트 담당 대표와 스기모토 마사키(杉本正樹) 에이벡스 마케팅 총괄부장을 각각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보는 K팝 신드롬

-K팝의 강점은 무엇인가.
스즈키=“가수들의 가창력과 표현력, 댄스를 비롯한 퍼포먼스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의 개성과 카리스마가 일본 가수들을 압도한다.”

스기모토=“한국어를 몰라도 금방 친숙해지는 리듬과 멜로디다. 걸그룹의 중성적인 매력도 강점이다. 한국엔 비주얼과 음악성을 겸비한 가수들이 많다.”

스기모토 마사키

-한국 가수들의 과거 일본 진출 사례와 비교하면.
스즈키=“2006년 세븐을 일본에 데뷔시켰다. 당시엔 지금처럼 전략적으로 한국인 가수를 데뷔시키는 시스템이 없었다. 그의 노래는 힙합이나 R&B(리듬 앤 블루스) 요소가 강해 일본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일본 프로듀서를 붙여서 일본풍으로 노래를 바꾸고 일본 가사로 노래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거쳐 일본 시장에 정착했다. 그런데 최근 K팝은 대중적인 후렴구에다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이른바 ‘사비’를 막강한 무기로 갖췄다. 과거엔 일본화하지 않으면 수입할 수 없었던 한국 가수들의 실력이 일본을 추월한 것이다.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에게 역전승한 것과 같은 이치다.”

스기모토=“일본에서 K팝의 역사는 ‘보아·동방신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0년대 초반 진출한 슈가와 쥬얼리 등 K팝 가수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면 지금의 K팝 스타일로 일본 시장에 정착할 수 있겠는가.
스즈키=“일본 음반시장은 세계 2위다. 20위권에 있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비캬쿠(美脚·각선미)나 얼짱, 화려한 댄스의 이미지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엔 아티스트의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K팝과 일본 J팝의 장르를 나누는 식이라면 ‘일본에 돈벌이하러 왔구나’ 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기모토=“J팝적인 요소, 일본인들의 취향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일본에서 성공한 보아나 동방신기도 결국엔 한국과 일본 버전을 각각 만들었다. 지금은 젊은 여성팬들이 걸그룹에 열광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대부분 동방신기와 빅뱅 등 남성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이다. 올 연말 K팝 남성그룹들이 속속 일본 데뷔를 하면 지금의 양상은 바뀔 것이다.”

-K팝 시장이 변신해야 할 부분은.
스즈키=“일본 에선 한번 좋아하면 영원한 팬이 되는 사람이 많다. 60∼70년대부터 활약해온 서전올스타즈나 유민의 팬들은 20∼30년간 꾸준히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힘이다. 걸그룹 멤버가 나이 들어 결혼을 하더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한국은 일본시장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 K팝 스타들이 일본에서도 오래 활동하려면 먼저 한국이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 TV에 두어 달 출연하지 않으면 금세 잊혀지고 자주 멤버를 교체하는 한국 가요계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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