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육사 졸업식 첫 불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 9일 서울 공릉동 화랑대에서 열린 제61기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해찬 총리(右)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선홍 육사 교장.[연합]

"국무총리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

1954년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의 첫 졸업식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졸업식에 불참했다. 9일 육사 연병장에서 열린 61기 졸업식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대통령의 일정을 감안해 올해부터 각군 사관학교 졸업식에 대통령이 격년으로 참석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 21발이 울렸던 예포는 이날 19발로 줄었다. 청와대 경호실 주도로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경호작전부대가 전원 대통령 경호에 투입됐던 것이 이번엔 육사가 경호를 주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방사 병력은 일부만 지원받았다. 귀빈석 옆의 내.외빈석은 3분의 1가량이 빈자리였다. 초청 인사 400여 명이 다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 진행팀은 식이 시작된 뒤 연병장 주변에 서 있던 졸업생 가족들을 내.외빈석 빈자리로 올려보냈다.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대장)은 미국 의회 청문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다. 대신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중장)이 참석했다.

육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단축수업까지 해가며 졸업식 예행 연습을 했지만 올해는 정상수업을 하며 전체 연습 횟수를 지난해 절반인 3회로 줄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에서 총리로 참석자가 바뀌자 졸업식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졸업장 수여를 위해 졸업생 이름이 호명되자 연병장 주변에선 환호성이 계속 튀어나왔다.

일부 가족은 카메라를 들고 단상 앞으로 뛰어나가 당황한 진행 요원들이 이를 막았다. 한 육사 관계자는 "경호가 철저했던 지난해는 생각도 못했던 상황"이라며 "오늘은 진행 요원들이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말을 아낀다. 하지만 역대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세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 한 육군 장교는 "그래도 군의 사기를 생각하면 대통령이 참석했으면 하는 게 대부분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육사 졸업식은 총리가 오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와서 격려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섭섭해했다.

이날 졸업식에선 235명의 육군 소위가 탄생했다. 황원중 소위가 대통령을 대신한 이 총리에게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