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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젊은이의 창업정신 일깨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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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취업에 내리 실패한 한국 청년이 결국 동남아인으로 신분을 위조해 취업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 영화(방가방가)가 최근 개봉됐다. 코미디 영화라는 특성상 내용이 과장된 면도 있으나 청년 실업의 심각성과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애환을 다루면서 개봉 2주 만에 5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한다.

 전반적인 고용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9%, 청년 실업률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10%를 돌파했다. 상반기 청년 실업자는 120만 명에 육박하니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그 몇 곱절일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많은 예비 취업자가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실시된 한 취업 포털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건만 된다면 취업보다는 창업하고 싶다”고 응답한 대학생이 전체 응답자의 92%를 넘는다. 올해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 비율은 한국이 51%로 EU 평균인 45%보다 높았다. 그러나 정작 ‘5년 이내에 창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현실성에 대해서는 한국(23%)이 EU 평균(28%)보다 낮게 나타났다. 우리 젊은이들은 창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은 높으나 현실적인 제약이나 여건들로 인해 창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1인 창조기업이란 개인이 사장이면서 직원인 기업을 의미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경험·기술 등을 사용해 보다 창조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프리랜서’도 잠재적 기업으로 규정한다. 크게 IT, 문화콘텐트, 제조업(전통식품 제조, 공예품 등) 분야로 나눌 수 있으며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아이디어의 사업화, 선배 창업가의 멘토링, 자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STEPI 인사이트’ 보고서에서는 1인 창조기업이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IT기술의 발달과 문화콘텐트의 확산으로 유형자산보다는 창의성과 지적재산권이 경제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 지원법들은 제조업 중심이어서 2030청년층이 주축이 되는 IT나 문화콘텐트 분야 같은 무형지식 기반의 1인 창조기업은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새로운 이윤 창출의 장이 될 문화콘텐트와 IT 분야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조명되고 있는 스마트폰 앱(app) 분야를 중심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다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SW분야는 1인 창조기업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생인 최종열(26·숭실대)군은 국내 통신사 2곳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해 월 200만~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유주완(18·경기고)군은 지난해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일주일 만에 4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현재 1인 창조기업 수는 약 20만 개로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009년 10월 기준, 2465만 명)의 1%에 해당한다. 이 중 20, 30대 청년층 비율은 30.2%, 학사 이상 고학력자 비율도 57.4%를 차지하고 있다. 중기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정책이 1인 창조기업을 권장하고 있으나, 1인 창조기업의 경영활동에 저해가 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특례 등을 적용하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없다는 것은 모순된 상황이다.

 지난 21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20여 명의 의원이 ‘1인 창조기업 육성법’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드시 2010년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창업은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젊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1인 창조기업 육성법’ 제정 등의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의 시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