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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군 철수 반대" 레바논 대규모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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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친(親)시리아계 레바논 시위대 수십만 명이 8일 베이루트 광장에서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대는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완전 철군을 요구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시위는 시아파 무슬림 무장조직인 헤즈볼라가 주도했다. [베이루트 AP=연합]

국론 분열이 레바논 정가와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8일에는 시리아를 지지하는 시민 수십만 명이 베이루트 중심가를 메웠다. 레바논 최대 무장단체인 친시리아계 헤즈볼라 단체가 조직한 대규모 시위였다. 친.반 시리아 세력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최대 규모 시위=연일 시위를 주도해 지난달 28일 '백향목(栢香木) 혁명'을 달성한 반시리아 세력은 충격에 빠졌다. 친시리아계 내각의 총사퇴와 시리아군 철수 단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반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8일 시위 규모는 지난 3주간 벌어진 반시리아 궐기모임에 비해 규모 면에서도 훨씬 컸다. 이날 시위대는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559호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피살에 책임을 지고 시리아 철군을 요구해 온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리리 전 총리의 사진 대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인 하피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들이 거리에 걸렸다. 헤즈볼라의 모임이 거행된 리아드 솔 광장에서 약 300m 떨어진 순교자 광장에서는 이날도 수백 명의 반시리아 세력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감사합니다"라는 주변 시위대의 함성에 이들은 힘을 잃었다.

◆다목적 시위=동시에 친.반시리아 시위가 발생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양측 모두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자는 평화적 시위였기 때문이다. 친시리아 시위대 대부분은 이날 레바논 국기를 흔들었다. 하리리 전 총리를 추도하는 1분간의 묵념도 갖고 레바논 국가도 불렀다. 그러나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반미.반이스라엘 감정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외세 개입 반대" "미국은 가라" 등의 구호가 주를 이뤘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미국은 레바논을 선동해 분열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시리아의 철군을 반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시리아와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9일 이번 시위를 "국내 반시리아 세력과 서방에 대한 헤즈볼라의 경고"라고 표현했다. 수십만 명이 참가한 시위를 통해 헤즈볼라는 세력을 과시하면서 레바논 내 반시리아 야권에 "이제 자중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 같은 경고가 무시될 때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는 헤즈볼라의 움직임이 우려된다고 방송은 전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 헤즈볼라는

헤즈볼라는'알라의 당'이라는 뜻이다. 레바논 최대의 이슬람 무장단체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란혁명수비대에 의해 창설된 시아파 무장조직으로 대이스라엘 투쟁을 주도해 왔다. 그동안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대치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해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목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채택된 유엔결의안 1559호를 통해 "시리아 내 모든 외국계 민병대의 철수 및 해체"도 규정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의회선거 등에 참여하고 교육.의료 등 사회적 활동을 하는 등 정당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헤즈볼라는 또 레바논 내 최대 정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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