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서 에너지 모아 냉·난방비용 절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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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여름, 무더운 어느 날.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30대 중반의 남자.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막 나왔다. 인근 한 사무실 앞을 지나다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확 덮쳐와 깜짝 놀랐다. 사무실 안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풍이었다.

안으로 찬바람을 불어 넣고 밖으로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컨의 원리를 이용하면…. 뭔가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에어컨과 난방기로 모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에어컨에 관한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샀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다. 에어컨에는 문외한이었다.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 후 8년, 그는 하나의 기기로 겨울에는 난방기,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템피아 왕화식 사장이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70여억 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길거리에 나앉기 직전이었다.

3년 전 그가 개발.출시한 냉난방기 '템피아'는 다행히 반응이 너무 좋았다. 여름 에어컨, 봄.가을.겨울 난방기 등 사계절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우선 좋아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간단히 난방기와 에어컨으로 기능을 바꿀 수 있어 편리했다.

가동비도 쌌다. 산업기술시험원의 실험결과 난방으로 사용할 경우 기름난로보다 70% 이상 비용이 절감됐다. 냉방기로 사용할 경우에도 동급 대비 20~30% 덜 들었다. 이미 3만5000여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12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공기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템피아 특유의 난방 기술 덕분이다. 기존 난방 시스템은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를 태워 공기를 데운다. 드라이기처럼 전기열선으로 공기 온도를 높여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템피아는 공기 중의 에너지를 원료로 한다. 원리는 이렇다. 대기 중에는 항상 열이 잠재해 있다. 영하로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열량이 적을 뿐이다. 이를 잠열이라 부른다. 템피아는 잠열을 펌프질로 압축해 한 곳에 모은다. 열 교환 방식으로 그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 냉난방하는 것이다. 에어컨의 원리를 거꾸로 적용해 난방 한다. 에어컨은 공기를 실외기와 실내기를 연결하는 시스템에 통과시키면서 열교환 방식으로 온도를 낮춰 실내로 보낸다. 템피아는 거꾸로 열 교환을 통해 온도를 올려 보내는 것이다. 전기 1㎾로 3~6㎾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 원리는 왕 대표가 새로 밝혀낸 건 아니다. 서구 학자들이 규명했고 이를 응용한 난방기가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영하 5℃이하로 내려가면 작동하지 않아 문제였다. 가동할 때 나오는 찬 공기로 인해 압축펌프 입구가 얼어붙어버리기 때문이다. 템피아는 작동 단계를 2개 더 두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6 사이클로 작동된다. 템피아는 영하 20℃에서도 작동한다. 템피아가 미국.일본 등에서 특허 등록된 것은 이 때문이다. 041-522-0272.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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