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의 비만 맞춤 처방] 6. 운동 쉽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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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아비만이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고도비만이 급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비만이 시작되면 체지방 세포수가 늘어나고, 성인이 되면서 지방세포의 크기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정모(29)씨는 소아비만의 전형적인 사례다. 고등학교 때 이미 80㎏을 넘어섰고, 대학생 시절엔 90㎏,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년 3~4㎏ 체중이 늘어나 100㎏을 육박했다. 몸이 잘 부어 하루에도 2~3㎏씩 체중이 변하고, 심한 코골이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키 1m75㎝, 체중 112㎏으로 체지방률은 39%. BMI(체질량지수=체중(㎏)/m로 환산한 키의 제곱)는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36.6이었다. 허리둘레는 114㎝로 복부비만이 심했다.

◆ 진단:아침은 빵 두 개와 커피우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저녁은 곰탕, 갈비탕 등을 주로 사 먹었다. 주 2~3회 술자리가 있어 삼겹살과 소주, 닭튀김을 즐겼다. 식사를 통한 하루 섭취 열량은 2500~3000㎉. 술자리에서 섭취하는 안주 열량이 높고, 감자칩 등 간식도 잦았다.

최근 술자리를 피하고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배고픔이 너무 심해 며칠만에 포기했다. 헬스클럽에 등록도 했지만, 조금만 뛰어도 지치고 숨이 차 곧 운동을 중단했다.

혈압은 132/100㎜Hg로 가벼운 고혈압. 혈액검사에선 지방간과 고지혈증도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식욕이 매우 강해 식사량 조절이 어렵다는 점. 게다가 고도비만으로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였으며, 근육과 관절 부담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기도 어려웠다.

◆ 결과:3개월 후 체중은 94㎏, 허리둘레는 98㎝로 호전됐다. 코골이가 사라지면서 낮에 졸리지 않았으며, 속보를 해도 숨이 덜 차고 땀도 덜 나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었다. 혈액검사에서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모두 개선됐으며, 혈압도 정상화됐다. 아직은 표준체중보다 많이 나가지만 식욕을 조절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추가 감량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 이때부터 대체식 1끼, 정상식 2끼로 섭취 열량을 400㎉ 늘리는 대신 걷기를 빠른 걷기로 전환해 운동 강도를 높였다. 이후 월 3㎏ 정도의 속도로 감량을 지속해 5개월 후 표준체중에 가까운 80㎏에 도달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체형교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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