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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석 회장, 연봉 80억원 받으면서도 전세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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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선 선원에서 41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총수에 오른 신화를 이룬 인물, 하지만 구속 피의자로…’.

 C&그룹 임병석(49·사진) 회장이 20대 후반부터 걸어온 길이다.

 임 회장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를 매우 꼼꼼하고 선이 굵지 않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C&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임 회장은 급속히 계열사를 늘려가면서도 거의 모든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꿰뚫을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의 작은 사업이나 투자,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등에 대한 세세한 결정이 모두 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계열사마다 대표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임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였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의 꼼꼼한 스타일은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지난 21일 임 회장을 체포한 뒤 그에게 횡령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했다. 수사 관계자가 ”C&중공업에서 인출한 90억원 가운데 70억원이 그룹 계열사인 C&라인으로 갔다고 돼 있는데 이 돈이 라인 쪽에 없다. 횡령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그는 자료를 살펴본 뒤 “이 70억원은 우방 인수자금에 들어갔다. 증거자료도 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년 전의 자금 이동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구은행에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계열사 일을 회장이 모두 알 수가 없다”며 부인했다. 자신이 유리한 대목에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불리한 부분에는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80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개인적인 ‘씀씀이’가 알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전세를 살고 있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에 빠진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 회장이 직접 로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C& 측 관계자는 “임 회장이 정치인 등에게 직접 돈을 쥐어줄 정도로 ‘강심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임 회장은 유력 인사들을 잘 알지도 못했고 몇몇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도 직접 청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성격 탓에 자기 대신 로비를 할 ‘대리인’으로 정·관계와 금융계의 유력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그는 전직 법원·검찰 간부들도 상당수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한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커지면서 법적 문제들이 불거지자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불안해했고, 울타리 역할을 할 사람들을 찾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한 법조인이 변호사 개업을 하자마자 직접 찾아가 “고문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등 법조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욕심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23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눈물을 흘리는 등 심리적인 불안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평정심을 찾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검찰 조사에서도 조리 있게 답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조사를 며칠 받고 난 뒤 임원들에게 “나는 6개월만 있으면 돌아갈 것이다. 그때까지만 남아 있는 분들이 뭉쳐서 잘 견뎌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옥중에서 또 한번의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전진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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