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SKT의 기술 공개, 대·중소기업 상생모델로 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최근 국내 이동통신업체인 SKT가 자체 보유한 기반기술을 공개해 애플이나 구글처럼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모바일 지도(T맵)나 앱스토어(T스토어), 음원서비스(멜론)처럼 이미 경쟁력이 입증된 자사의 핵심 기반기술을 외부의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 심지어 경쟁사에게까지 개방해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는 이 같은 SKT의 새로운 사업전략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나는 국내의 통신업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애플이나 구글과 맞붙어 본격적으로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온라인 정거장)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애플이나 구글이 주도해온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변화에 수동적(受動的)으로 끌려가기만 했던 국내 기업이 이제 독자적인 서비스로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는 뜻이다.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대목은 SKT가 이런 전략에 따라 자사의 핵심 기반기술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사만의 폐쇄적인 틀 안에서 제공했던 모바일 서비스를 다수의 중소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개방된 공간으로 넓히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업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면 SKT는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生態界)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여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과 개인 개발자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윈-윈 게임이다. 우리는 이처럼 기술 공개를 통한 협력적인 사업 방식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협력모델은 통신·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산업 분야로 확대할 여지가 크다. 어제 국가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생산성 혁신 전략에서도 제품·공정 설계용 온라인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업종별로 공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경우 대기업에서 개발한 부품기술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중소기업에 공개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이득을 얻는 상생효과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