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있는 '시네마 천국'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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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이미영 감독의 "사레가마 송".

5월 극장가에 규모는 작으나 내용은 알찬 영화제가 잇따라 열린다. 부산.전주.부천 등 국제영화제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틈새 영화제' 성격이다.

우선 우리 사회의 그늘을 조명하는 제9회 인권영화제(02-741-5364)가 20~25일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 올해의 특징은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다룬 작품을 다수 상영한다는 점. 자신의 인격권을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 나아가 세계의 청소년들은 돌아보는 영화 32편이 소개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이미영 감독의 '사레가마 송'. 짧은 뮤직비디오 형식에 네팔 카트만두 인근의 농촌 지역을 담았다. 마오주의자와 정부군의 10년 내전 때문에 도시로, 타국으로 밀려가는 어린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한다.

▶ 켄 로치의 "빵과 장미".

청소년의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본 애니메이션 모음도 눈길을 끈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멀리하고 한 가족을 꾸리는 곰 가족의 일화를 통해 가족 내 폭력을 발랄하게 풍자한 '누구세요', 핵전쟁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평화의 가치를 새롭게 노래한 '과도한 흥분' 등이 상영된다. 외국 작품으로는 물질문명의 피폐함을 감각적 영상으로 표현한 '잉여사회', 동북아 패권을 꿈꾸는 현재 일본사회를 비판한 '일본평화헌법', 거대 미디어 기업의 막강한 파워를 희화화한 '안티폭스: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전쟁' 등이 주목할 만하다.

14~15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리는 유럽연합영화제(02-737-9514)에선 할리우드와 구분되는 유럽영화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스.네덜란드.슬로바키아.포르투갈 등 유럽 15개국의 최근작 15편이 상영된다. 덴마크 다큐멘터리 거장 요르겐 레스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5개의 장애물'과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네덜란드 영화 '쌍둥이 자매' 등이 상영된다. 영국 거장 켄 로치의 '빵과 장미'도 다시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애호가라면 13~22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서울 애니마떼크 최강 애니전(02-3455-8373)을 놓칠 수 없다.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축제로 불리는 안시.오타와.자그레브.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국내와 유명 애니메이션 단편이 한자리에 모인다. 상영작도 58편. 지난해 안시 페스티벌에서 단편 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3D 애니메이션 '로렌조'와 올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버스데이 보이' 등이 상영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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