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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전문가 “첫 대회치고는 훌륭” 전남에선 “가장 낙후된 곳 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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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황식 국무총리(왼쪽에서 둘째)가 24일 ‘2010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이 열린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외신기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준영 전남지사, 김 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영암=연합뉴스]

“처음 연 대회치고는 훌륭했다. 하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대회가 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24일 막을 내린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GP)에 대한 외국 F1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장내 아나운서 겸 기자회견 사회자인 밥 콘스탄두로스(63·영국)는 “지금까지 500여 차례 그랑프리에 다녀봤다. 경기장은 어느 대회에도 뒤지지 않는다. 서킷은 도전적이고 변화가 심해 흥미롭다. 드라이버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다 만족한다고 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F1 그랑프리를 27년간 취재한 아그네스 카를리에(60·여·스위스) 교도통신 기자도 “첫 대회는 어느 나라에나 모험”이라며 “수많은 신생 대회에 가봤지만 완벽하게 준비한 대회는 없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말했다. 콘스탄두로스는 거대한 경기장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관중석도, 주차장도 엄청나게 넓다. 개최 첫 해 이 정도 크기로 경기장을 지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카를리에는 친절함에 감동한 눈치다. 그는 “숙소 위치를 몰라 헤맸는데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 찾아주더라”며 웃었다.

 관중 동원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결승전이 열린 24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8만여 명이 몰렸다. 1만300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1∼7구역 주차장은 정오 이후 모두 찼다. 최대 수용 관중은 12만 명이지만 첫 대회에서 이 정도면 성공이라는 평가다.

 전 세계 F1 팬들에게 영암·목포와 전남을 알린 점도 큰 성과다. 대회를 열지 못할 수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를 씻고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입증됐다. 숙박업소들은 대회 기간에 경주장이 있는 목포권은 물론 자동차로 1시간20분 거리인 광주까지 특수를 누렸다. 최고급의 광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의 경우 평소 객실의 70% 안팎이 찼지만, 이번 대회 기간은 100% 다 찼다. 광주 시내 대부분 호텔도 빈방이 없었다. 덩달아 음식점과 술집 등도 매일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우리 전남이 세계적인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F1을 해냈으며, 앞으로 잘 운영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반면 교통·숙박 등 인프라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F1대회조직위원회는 대형 환승주차장을 마련하고 셔틀버스 600대를 연계해 운행했다. 그러나 경기 시간 등에 맞춰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셔틀버스 운행조차 여의치 않았다. 이선우(40·전북 전주시)씨는 “경기 종료 후 셔틀버스를 타는 데 1시간40분을 서서 기다렸고, 버스를 타고도 환승주차장까지 가는 데 1시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숙박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호주·영국·독일 등에서 온 관광객과 취재진 수천 명이 영어 안내 책자조차 없는 일명 ‘러브호텔’에 머물며 불편을 겪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러브 모텔은 많지만 더럽고 불결하다. 이 방에는 필수적으로 비치된 것이 콘돔이고 가구는 없다”고 썼다. 또 대회가 열리기 전 영국 BBC 취재진이 모텔에 여장을 푼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운영 미숙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회 이틀째 발생한 자유이용권 항의 소동이 대표적이다. 자유이용권은 F1대회조직위원회가 예선전 관람객 수가 적을 것을 우려해 2만여 장을 발행해 목포와 영암·무안군과 학교 등에 배포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을 깨고 유료 관람객이 몰리자 자유이용권 소지자 수천 명이 사전예고 없이 입장을 거부당했다. 주차장에서 서킷 스탠드까지 최소한 20~30분 이상 걸어야 했지만 안내표지판과 운영 요원이 부족해 우왕좌왕하거나 헤매기 일쑤였다.

영암·광주=김우철·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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