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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미끄러지고, 부딪히고, 엔진에 불 붙고 … 예상 못한 비가 승부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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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관전하기 위해 몰려든 관객이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 결승이 열린 24일 8만 관중이 입장했다. 대회 사흘간 연인원 17만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빗속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는 노면이 미끄러워 전체 24명 의 드라이버 중 9명이 각종 사고로 중도 기권했다. [영암=뉴시스]

포뮬러원(F1)코리아 그랑프리(GP) 개막을 며칠 앞둔 19일.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위치한 전남농업박물관 사무실 옥상에 자체 기상시스템을 설치했다. 구름의 양, 습도, 기온 등을 자체적으로 수집해 각 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10월은 날씨가 좋기로 유명하다. 이때만 해도 날씨가 이처럼 큰 변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결승 레이스가 열린 24일, 위성 비구름은 매우 특이했다. 한반도 대부분이 맑은 가운데 남해안을 따라 비구름이 얇고 길게 형성됐다. 적벽대전의 판세를 바꾼 광풍처럼 그 비가 코리아 GP뿐만 아니라 2010시즌 F1 전체 판도를 뒤흔들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그래서 아무 이변도 없었다면 코리아 GP는 레드불의 잔치가 될 수 있었다. 레드불의 제바스티안 페텔(독일)과 마크 웨버(호주)는 23일 열린 예선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만일 결승까지 이 기록이 이어졌다면 레드불은 남은 두 차례 그랑프리 결과와 상관없이 올 시즌 컨스트럭터(팀)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 경쟁도 페텔과 웨버의 2강 구도로 압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 쓸데없는 가정이 돼버렸다. 빗속을 뚫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건 불굴의 투지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영웅’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였다. 알론소는 승점 25점을 보태며 1위로 뛰어올랐다. 알론소는 5.615㎞의 서킷을 55바퀴 도는 총 309.155㎞ 레이스를 2시간48분20초810에 주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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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버는 19랩에서 13번째 코너를 지나며 중심을 잃고 뒤따르던 머신과 부딪혀 레이스를 중단했다. 예선 1위로 이날 가장 먼저 출발해 46랩까지 1위로 질주했던 페텔은 엔진 이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페텔은 올해 17번의 GP에서 무려 9번이나 예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예선 1위와 결선 1위를 휩쓴 건 2번밖에 없다. 55바퀴를 도는 장기 레이스 운영이 아직 미숙했다는 증거다.

 ‘돌아온 F1의 황제’ 메르세데스의 미하엘 슈마허(독일)는 4위로 들어와 5월 스페인 GP와 터키 GP 4위에 이어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비 때문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24명 가운데 9명이나 완주에 실패했다.

 이날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는 8만 명의 팬들이 들어차 국내 스포츠 행사 사상 전 종목을 통틀어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사흘간 누적 집계로는 17만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영암=이해준 기자

◆F1 챔피언 어떻게 가리나=12개 팀에서 2대씩의 머신이 출전한다. 19차례 GP 성적을 종합해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과 시즌 팀 챔피언을 가린다. 각 GP마다 1위가 25점, 2위가 18점, 3~10위가 각각 15-12-10-8-6-4-2-1점을 받는다. 팀 성적은 소속 드라이버의 포인트를 합쳐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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