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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경의 불씨 된 엄마 같은 아내…당신은 어떠십니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9호 04면

시트콤 ‘프렌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커트니 콕스가 최근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콕스는 영화 ‘스크림’에 함께 출연한 데이비드 아케트와 1999년 결혼했다. 이혼과 별거가 잦은 할리우드에서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틴(?) 그 나름대로 모범 커플이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 사람의 파경은 콕스의 ‘마더링(mothering)’, 즉 지나치게 엄마같이 구는 행동 때문이었다고 한다. 배우는 배역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프렌즈’에서 그녀가 연기한 모니카 역시 무언가 계획하고 조직하는 데 과도한 집착을 보여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곤 했는데, 아마 남편에게도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커트니 콕스의 이혼 위기

흥미로운 것은 마더링에 지친 것이 남편이 아니라 콕스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11번째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하며 “난 더 이상 당신 엄마 노릇을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오토바이 선물은, 마치 성인이 된 아들의 독립을 축하하는 엄마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

콕스가 지나치게 남편을 쥐고 흔들었는지, 아니면 아케트가 어린아이 같았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파경 이후의 행보를 보면 아케트가 철없이 행동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는 별거 발표 직후 한 토크쇼에 출연해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낱낱이 말했다. 심지어 지난 4개월 동안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다 토해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그는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겨 “내 경험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한 언론은 그의 이런 생각 없는 행동에 대해 ‘TMI(too much information·지나치게 많은 정보)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만남의 시작부터 마더링의 조짐이 보였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아케트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콕스가 아케트를 위로하며 사랑이 싹텄다는 것이다. 이후 아케트는 콕스에 대해 정서적으로 의존하기 시작했고, ‘어른이 되기 위해’ 심리치료까지 받았으나 별 성과는 없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 같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케트가 콕스보다 7년 연하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드라마 ‘쿠거 타운’에서 콕스는 젊은 남자들과의 사랑을 통해 잃어버린 20대를 찾고자 하는 한 40대 ‘돌싱’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에게 연하남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한편, 두 사람의 별거를 계기로 부부 사이의 마더링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한 언론은 마더링이 부부관계를 위협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여덟 가지 체크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는 단지 아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해당한다.

①배우자의 믿음이나 습관을 바꾸려고 하는가 ②배우자의 잘못을 자주 지적하고 비난하는가 ③배우자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느끼는가 ④배우자에게 ‘지령’을 주고 계속해서 종용하는가 ⑤내가 이 집에서 유일한 어른이라고 느끼는가 ⑥배우자가 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를 요구하는가 ⑦배우자에게 이야기할 때 꾸짖는 말투를 쓰는가 ⑧배우자가 선택한 것을 종종 별것 아닌 것처럼 대하는가.
이상의 항목에 대해 여러 번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배우자를 마더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반성들 하시길.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음악과 문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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