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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산책할 수 있는 서울 도심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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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가 4대문 안 도로를 차량 위주에서 보행객 위주로 확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종로 1~6가의 노점상이 정비된다. 거리의 흉물인 분전반 등은 이면도로나 소공원으로 옮겨진다. 소요예산 467억원은 서울시와 한전이 절반씩 부담한다. 모처럼 접하는 기분 좋은 소식이다.

서울 거리는 한마디로 무질서.부조화.보행 불편으로 요약된다. 애당초 '걷고 싶은 거리'를 꿈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파리의 샹젤리제와 종로를 비교해 보자. 샹젤리제는 차도가 도로폭의 절반도 안 되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다. 폭 15m의 널찍한 보도가 양쪽에 펼쳐지고, 횡단보도가 43개나 있다. 이에 비해 종로의 보도 폭은 6m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비좁은 종로의 보도는 노점상.지하철 환기구.분전반 등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종로 거리의 각종 시설물은 594개로, 샹젤리제의 세 배 수준이다. 이러니 행인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다닐 수밖에 없고, 종로1가에서 동대문까지 가려면 너댓 번 지하도를 오르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

도시공학개론에 따르면 국민소득 5000~1만 달러 시대에는 자가용이 핵심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소득이 1만5000 달러가 넘으면 다시 대중교통과 '보행'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도심의 차도를 줄이고 보도를 넓히겠다는 서울시의 방향은 옳다. 이에 맞춰 도심 교통수단도 대중교통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버스 중앙차로제를 전면 도입하고, 승용차 통행을 억제하기 위해 도심 차량 통행세 도입도 검토해볼 시점이다.

거리의 주인은 보행자다. 이제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시민들 품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종로-남대문-청계천-광화문-명동 등이 보행 네트워크로 연결돼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야 서울 도심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