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10년간 10조 투자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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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말을 아껴온 현대자동차그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에 성공하면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10조원을 투자해 연 매출 55조원, 수주액 12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19일 밝혔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2786억원, 수주액은 15조6996억원이다. 10년 안에 매출은 6배, 수주는 거의 8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27일 매각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인수 경쟁자인 현대그룹이 신문·TV 광고를 통해 공세를 펼 때마다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며,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인수전에 임할 것”이라고만 주장해왔다.

 ◆‘10년 청사진’ 제시=현대차그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자동차·철강·건설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에 사운을 걸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10년간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플랜트·건축 개발, 엔지니어링 전문학교 설립 등 건설 분야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9만여 명인 현대건설의 직·간접 고용(협력업체 포함)을 2020년에는 41만 명으로 늘리고, 늘어나는 고용 중 약 4만 명은 신규 채용으로 채워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고도 했다.

 현대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해양, 화공플랜트, 발전·담수플랜트의 3대 핵심 산업과 주택·건축·도로 및 국내 부동산 개발의 4대 지속사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고속철도·해외원전 등 5대 녹색사업과 자원 개발, 해외 SOC 등 6대 육성사업도 제시했다.

 현대건설을 자신들이 인수해야만 하는 이유도 댔다. 경영 노하우, 글로벌 경쟁력, 신뢰도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과거 기아자동차·한보철강을 인수해 발전시켰고,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키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등의 건설용 철강 자재를 구입하는 등의 시너지도 강조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발표에 대해 현대그룹은 “남의 회사 발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카드·캐피탈, 거액 배당=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에 125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2367억원의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기준일은 10월31일이다. 현대캐피탈은 2035억원의 배당을 하는데, 이 회사 지분 56.48%를 보유한 현대차는 1149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현대카드도 320억9000만원을 배당해 지분 31.52%를 보유한 현대차는 101억원의 현금을 받는다. 현대차는 상반기에도 150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2007년 이후 3년만의 중간배당이며, 현대카드는 첫 중간배당이다. 특히 이번 배당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다음 달 중순 현대건설 본입찰을 앞두고 경쟁하는 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금융계에선 현대차 그룹의 ‘실탄’ 지원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중간배당은 재무구조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현대건설 입찰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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