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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적립식펀드·MMF·채권 … 아는게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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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 서경희(37.경기도 안산)씨는 최근 오랜만에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5년 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을 때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을 샀다가 원금의 절반에 이르는 손실을 본 뒤 처음이었다. 서씨는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투자 대신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를 선택했다. 서씨는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후로는 은행 예금에만 돈을 넣었는데 이자가 너무 적어 실적배당형 투자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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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증권가가 의외로 차분한 것은 서씨 같은 간접투자자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다양한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금과 선박.항공기에 투자하는 등 자산운용 시장의 지평이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투자자는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 심했다. 이에 따라 개인의 투자 성향과 여유 자금에 맞춰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금융상품 길라잡이'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관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금융상품들의 좌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상품별 특성을 살펴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 폭은 넓어졌는데=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은행 금리와 증시 활황이 가계의 투자 성향을 바꾸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지난 24일 현재 9조647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8조5000억원 수준이던 것이 두 달이 채 안 돼 1조원 넘게 불어났다.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 등은 같은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투자 기간과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내는 상품을 내놓았다. 기성복 같은 펀드를 투자자별 체형에 맞게 바꾼 것이다. 삼성투신은 이달 초 하나의 펀드에 가입하는 것으로 주식.채권과 실물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내는 멀티에셋 펀드를 출시했다.

◆몰라서 못 한다=본지가 금융회사 직원 192명을 포함한 직장인 4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네명 중 한 명(24%)만이 '시판 중인 금융상품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3명은 금융회사들이 판매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종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배당주 펀드에 대해 정확히 안다는 응답자는 26.5%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직장인(93.8%)은 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금융상품을 활용하고 싶어하지만(65.3%) 마땅한 투자대상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재테크 수단이 은행 예금뿐이었다.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상품이나 변액보험을 활용하는 경우는 10%에 못 미쳤다.

또 수입이 많을수록 상품정보에도 밝고, 적극적으로 상품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을 넘는 계층은 예금(40%)뿐만 아니라 펀드 등을 통해 주식(32%)과 채권(16%) 등에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계층은 자산의 75%를 예금에만 집중적으로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홍 랜드마크 투신운용 사장은 "금융사는 상품개발 능력을 높이고 상품을 판매할 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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