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초등생 두 아들과 미술전 연 경제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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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가족사진'이란 장호(오른쪽 위)군의 작품 앞에 선 김재준씨와 근호군 3부자. 김태성 기자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술 작가로도 이름이 높은 김재준(45)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독특한 그룹전을 열었다.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한 '근호, 장호 & his father'란 전시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와 함께 출품한 두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생인 그의 아들 장호(11)와 근호(9)군이다. 10평 정도 전시 공간의 대부분은 두 아이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의 작품은 오히려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이었다.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동기를 묻자 김 교수는 씩 웃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다시 묻자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불출이란 말을 들을 것 같아서…"라며 얼버무렸다.

그러나 두 아이의 작품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아이들의 그림이라고 간단히 넘겨버릴 수 없는 창의성이 분명히 작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회는 "자식들을 참여시킨 개인전이 아니라 세 명의 작가가 함께 한 그룹전"이라고 했다.

첫째인 장호군은 20여점을, 둘째인 근호군은 10여점을 출품했다. 장호군은 '공거미줄'이란 이름의 시리즈 작품에 대해 "교차하는 점과 선으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고 의젓하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두 아들의 작품 활동이 벌써 여러해 전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 옆에서 화구를 갖고 놀던 아이들이 언제부턴가 그럴 듯한 '물건'을 내놓더라는 것이다. 어느날 유치원생이던 장호가 나무를 그렸다. 단색의 앙상한 선들만 있는 그림을 보고 "무슨 나무가 이렇게 생겼냐"고 묻자 장호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색깔들까지 다 날라간 거예요"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김 교수는 장호를 한 명의 작가로 대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90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유학시절 미술관을 순례하다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미술품 수집에 이어 작품 활동까지 하게 됐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네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그림과 그림값'(97년), '화가처럼 생각하기'(2004년)란 책도 펴냈다.

이번 학기부터는 국민대에서 교양필수과목으로 채택된 '이미지로 생각하기' 란 강좌를 맡게 된다.

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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