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 이용해 성금 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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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모금한 성금을 유흥비에 쓰거나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내부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공동모금회 인천지회는 모금 현황을 알려주는 조형물인 사랑의 온도탑을 재활용하면서도 2007∼2009년 해마다 1000만원 안팎의 제작비를 쓴 것으로 처리했다. 또 온도탑 제작·구매 과정에서 담당 부장이 친척과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기지회도 실내공사를 하면서 구매 실무책임자의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와 9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모금회 중앙회 관계자는 “친인척 거래는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하는데도 이를 어긴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지난해부터 서류와 영수증 등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유흥주점·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3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부는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가 있어 형사고발 대상이었다. 하지만 모금회는 이 간부로부터 횡령액만 돌려받았을 뿐 아무런 법적 조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회는 출퇴근부를 조작해 출근하지도 않는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지회는 경비 과다집행과 부실 구매관리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중앙회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았다. 인천지회의 A팀장은 2007년 11월 성금으로 접수한 상품권 300만원어치를 분실했다가 이후에 채워 넣은 뒤 이 사실을 덮으려고 모금 접수 일자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금회는 A팀장을 해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으며 업무 추진비 유용, 부당 경비 사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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