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더의 서가] 『국부론』이효수 영남대 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4면

지도자는 비전제시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훌륭한 비전을 제시하려면 환경 변화의 본질과 내재적 역량을 파악해 보통 사람이 잘 볼 수 없는 영역을 보고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창의력과 직관력이 뛰어나야 한다.

 창의력과 직관력을 배양하기 위해선 고전을 읽는 게 효과적이다.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살아남은 책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법칙성이나 진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적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하고, 어떤 재화나 용역을 누가 소비할 것인가를 누가 결정하는가? 수많은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배분되는가? 누가 또는 무엇이 이 복잡한 경제사회에서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가? 그것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즉 가격기구다. 우리는 이 간단한 원리에 기초해 복잡한 수많은 경제문제와 경제현상을 설명·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나는 『국부론』을 읽고 우리가 왜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하는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변의 이론은 법칙성·원리·진리를 찾아 내놓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자각이 그 후 원리를 찾는 데 몰입하는 독특한 학습 및 연구방법을 나에게 형성해 주었다. 평소에는 책을 많이 보지만, 일단 문제가 잡혀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논문의 초고가 완성될 때까지 참고 문헌을 거의 보지 않는다. 참고 문헌을 보면 원리 탐구에 천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직책을 맡을 때마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려 노력해 왔다. 이것은 직관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생활습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습관은 경제학 교과서나 논문을 읽고 습득된 게 아니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케인스의 『일반이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고전을 읽으면서 형성된 것이다.

 지금 나는 한 대학의 총장으로서 인성·창의성·진취성을 겸비한 ‘Y형 인재’ 육성을 통해 인재를 브랜드화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고전 100선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동서고금의 고전 100권을 선정하고, 교양 필수과목으로 ‘명저 읽기와 글쓰기’를 개설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2주에 한 권씩 고전을 읽고, 읽은 내용에 대해 ‘핵심적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현재적 가치로 재해석하라’는 과제를 낸다. 교수들에게는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첨삭 및 토론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다. 고전을 통해 인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를 기를 수 있음을 내 경험에서 느낀 때문이다. “창의력과 직관력을 원한다면 원리에 천착하자”는 교훈을 오늘도 되새겨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