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 자릿수 시대] 국제 외환시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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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쇼크'가 전세계 외환시장을 한 차례 휩쓴 뒤 국제금융가에선 달러값 폭락이 과민반응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매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는 견해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NP파리바의 통화분석가 로버트 린치는 "앞으로 몇 년간 각국 중앙은행들의 보유 외화자산 다변화 문제는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를 환기시키는 '자명종(wake-up call)'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90%(FT 추정)를 달러로 보유한 한국이 달러를 팔면 아시아권에만 3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들썩이게 되고 이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태국.대만.인도네시아 등과 중동 산유국들이 이미 달러 외의 통화를 늘릴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WSJ는 지난 16일 한국.중국 등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미 국채 신규매입 규모가 줄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추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달러의 '미래'를 보려면 올 들어 달러가 반짝 강세를 보인 이유를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달러는 미국의 엄청난 쌍둥이 적자(재정.무역)와 러시아의 유로 매입정책에 따라 유로.엔에 대해 폭락했다가 올 들어 회복됐다.

FT는 달러가치가 잠시 회복된 것은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판단도 있지만 지난해 12월의 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때문이라고 봤다. 결국 이번 폭락은 달러가치의 기술적 반등이 끝났음을 알린 것이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 달러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한편 달러가치의 앞날에는 중국 위안화의 절상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단행될 경우 달러 가치는 또 한차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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