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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내역 조회도 법원 영장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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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는 유관 기관 간 대립으로 처리가 지연돼 온 중요 쟁점 법안들을 21일 법사위 소위에서 처리키로 했다. 여야가 처리키로 한 법안은 통신비밀보호법,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사법보좌관법 등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20일 "3개 법안의 경우 추가 법률 검토가 필요하기보다 어떤 주장을 받아들이느냐는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태"라며 "여야 의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모인 만큼 입법작업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소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4명, 한나라당 4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면 무난히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야는 그러나 공직부패수사처법은 21일 논의는 하되 바로 처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한나라당 권영세, 민노당 노회찬 의원 등 4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들이 심사 대상이다. 핵심 쟁점은 수사기관의 '전화 통화 내역 조회'에 대한 통제 강화다. 법안들은 모두 검찰이나 국정원 등이 특정인의 전화 통화 내역을 살펴보려면 법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 형법은 검사장이나 국정원장의 승인만 있으면 가능해 "수사기관이 마구잡이로 통화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윤근(열린우리당)소위 위원은 "국가가 어떤 이유로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때에는 영장주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주호영(한나라당)위원은 "현재의 수사기관 내부 통제 이상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수사기관의 주장을 좀 더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법 통과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국정원 등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전 세계 정보기관원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현행법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천(열린우리당) 소위 위원장은 "검사 출신 의원도 사석에선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큰 틀에서 위원들 간에 이견이 없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대북.방첩 분야에 한해 예외규정을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마련한 내용이 다시 소위 테이블에 올라 있다. 당시 당정은 기업들의 과거 분식회계 행위를 2년 동안 집단소송 대상에서 유예시키는 데 합의했지만 여당 법사위 위원들이 "개혁 후퇴"라며 반대해 통과에 실패했다. 여당 소속 위원들은 20일 "올 들어 여러 차례 당정 협의와 당내 협의를 통해 2년 유예 방침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말했다.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한나라당은 법안의 2월 국회 통과를 당론으로 결정한 상황이다.

주호영 위원은 "여당이 이제 와서 하겠다고 나선 만큼 통과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 사법보좌관법 제정=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원 일반 직원들이 맡는 '사법보좌관'자리를 신설, 공증.경매.협의 이혼 등 경미한 판사 업무를 이들에게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의 숙원 사업이지만 대한변호사협회에선 "헌법에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소위 위원들은 여야 모두 "보좌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최재천 위원은 "판사 업무의 과부하가 너무 심해 중요 사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위원은 "일본에서도 시행되고 있고 위헌성 여부에 대해 법원에서 치밀하게 검토했다고 하니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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