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임신부 300명 낙태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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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여년 간 낙태반대 운동을 벌이며 생명의 가치를 전파해온 낙태반대운동연합(이하 낙반연) 김현철(55·침례신학대학교 겸임교수·사진) 회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김 회장은 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제 5회 임산부의 날(10일) 기념식에서 이 상을 받는다.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풍요의 달(10월)과 임신기간(10개월)에 맞춰 10월 10일로 정했다.

김 회장은 1988년 서울 양천구 목산교회 목사로 있으면서 낙태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타인의 생명을 해할 수 없다’는 교회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1994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한국누가회 등 19개 단체가 모여 지금의 낙반연을 만들었다.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단체를 이끌어오다 올 3월 회장이 됐다. 22년 동안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는 여성과 미혼부모를 주로 상담하고 청소년 성교육, 낙태반대 캠페인 등을 펼쳐왔다.

낙반연은 6000여 명을 상담해 산모들이 출산하도록 설득했다. 김 회장 혼자만 200~300명의 임신여성을 상담했는데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산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10대 임신예방을 위한 생명사랑교육 프로그램과 미혼모 역량강화 교육 등을 열성적으로 벌여 왔다. 국내 입양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김 회장은 “미혼 여성들이 애를 낳을 여건이 안돼 있다고 잘못 알고 있다”며 “실제로는 무료 출산, 양육 지원 제도가 많다는 점, 뱃속 태아의 의학적 움직임 등을 설명하면 대부분 애를 낳는다”고 말했다.

애를 낳은 모든 산모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번 상이 20년 이상 묵묵히 전개해온 낙태 반대 운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저소득층 난임부부 무료시술 지원, 미혼모 무료 분만 등의 활동을 해온 충북 민병열(63) 산부인과 원장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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