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세수 너무 열심히 하면 오히려 트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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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 트러블에는 세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다. 평소 메이크업을 지울 때 한 번에 그치던 세안을 세 번씩이나 한다. 클렌징 오일과 로션으로 지운 뒤 클렌징 폼을 써서 세 번 더 세안한다. 그런데 트러블은 오히려 심해지는 것 같다. 세안을 하면 트러블이 더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

A 잦은 세안은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더 일으킬 수 있다. 피부는 깊은 곳의 진피층, 중간 부분의 표피층, 바깥 부분인 각질층으로 이뤄진다. 각질층에는 죽은 세포와 피지·지질 성분이 혼합돼 있다. 세안을 하면 이 각질층의 죽은 세포와 피지, 지질 성분 등이 함께 씻겨나간다. 반면 세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각질층의 피지가 모공을 막아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 적당한 세안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안도 너무 자주 하면 독이 된다.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날 때 세안을 과도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 각질층의 피지 성분은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와 함께 지질 성분도 함께 탈락한다.

지질 성분은 표피에서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피부를 보호한다. 피부 속 수분이 충분해야 세포가 정상 활동을 할 수 있고, 각질과 피지도 덜 생긴다. 잦은 세안으로 지질막 성분이 부족해지면 피부에는 ‘빨간불’이 켜진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피부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지질 성분이 갑자기 줄면 지질 성분을 빨리 만들기 위해 진피층의 피지선이 자극을 받는다. 이때 피지선 주변에 염증 물질이 형성되면서 뾰루지나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스트레스·흡연·음주 등도 잘 씻지 않아 생기는 트러블이 아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피지 분비량이 많아진다. 음주는 피지선 주변 여드름 세균 활동량을 늘리고, 흡연도 피부 각질을 더 많이 만든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이때 피지나 각질을 없앤다고 세안을 자주 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피지를 과도하게 만드는 생활습관을 바로잡든지, 피지 분비량을 줄이는 약이나 연고제를 써야 트러블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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