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시에 밀리는 학교체육 되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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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성장기(成長期)의 초·중·고생들에게 체육활동은 교육의 핵심 축인 동시에 생명활동 그 자체다. 건강한 신체를 기르고 예절·배려·리더십을 배우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체육활동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입시 위주 수업에 밀려 체육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은 운동 부족으로 체력 저하 현상이 극심하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초·중·고교 학교체육 활성화 방안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란 점에서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럽다. 학교 현장에 제대로 정착돼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규 체육수업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에 주목한다. 체육수업 내용이 단조롭고 형식적인 데다 그나마 자율학습이나 다른 수업으로 대체되기 일쑤여서는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체육교과의 기준수업시수를 반드시 지키게 해야 한다. 체육수업을 즐겁고 재미있게 꾸리는 방안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축구·농구를 넘어 티볼·풋살·넷볼·댄스 등 ‘뉴스포츠’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수업방법 개선도 눈길을 끈다.

교내 운동 동아리인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종목별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2부 리그로 운영해 학교운동부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도 대회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면 운동을 즐기는 동기 유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스포츠는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독일에서 매년 16개 종목에 7만5000여 개 팀이 참가하는 학교스포츠클럽 대항전이 열리고 있는 게 좋은 예다.

학생들의 운동 욕구를 이끌어내려면 체육시설과 지도 인력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 스포츠 인프라와 종목별 자원봉사자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活性化)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선 학교의 교장·교사와 학부모들부터 우리 아이들이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