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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투 셰프 2기 - 한식으로 셰계를 요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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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하지만 그 가운데 이렇게 놀라운 아이디어들도 나온다.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사과, 빵처럼 찍어먹는 무, 곰장어로 만든 소시지 …. 한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들도 이들의 손을 거치자 그럴싸한 한식으로 태어났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한상차림 │ 양지훈(남베101) 셰프
“북미·유럽뿐 아니라 한류 부는 아시아도 큰 시장이죠”

내가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외국어와 실력을 겸비한 한식 요리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장기적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다. 6개월짜리 단발성 교육 프로그램보다 한식 전문학교를 세워 체계적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식은 맛을 내는 데 주력할 뿐 보기 좋게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데커레이션이나 요리에 맞는 적절한 그릇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한식 세계화의 대상이 북미·유럽에만 치중하는 게 안타깝다. 한류에 호의적인 나라가 아시아에도 많다. 일단 아시아 마켓에서 붐을 일으킨 뒤 서구인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고추장 사과조림, 장의 향은 살리고 자극은 줄이고

매회 차림마다 색깔 주제를 선정하고 메뉴를 구성할 생각이다. 색감의 통일성은 음식을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한다. 이번 차림의 대표색은 붉은색이다.

소갈비살롤과 단부추 무침, 고추장 사과 조림, 연근 튀김을 곁들인 한상차림. 오른쪽 접시 2개는 디저트.

붉은색은 고추의 상징색이다. 고추가 들어온 건 임진왜란 전후로 당시엔 아마도 이 재료로 만든 음식을 외국 음식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고추는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양식의 기법으로 한식 재료를 조리하고자 한다. 지금은 생소하고 한식이 아니라 느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 레시피가 한식을 대표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메뉴는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 만든 메뉴다. 고추장의 향은 살리고, 자극적인 맛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고추장 사과조림이란 메뉴는 의외로 재료가 잘 조화됐다. 외국인이 친숙한 사과에 고추장을 접목해 보다 쉽게 매운맛을 소화하도록 만들었다.

식감을 내는 데 가장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씹는 맛이다. 특히 우리가 쫄깃하고 차지다고 말하는 쌀밥과 떡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했다. 우리는 좋아하지만 외국인은 끈적이는 밥, 들러붙는 떡을 싫어한다. 그래서 흰 쌀밥 대신 현미밥을 썼고, 버섯을 곁들여 향을 풍부하게 했다. 후식으로 내놓는 떡도, 초콜릿 브라우니와 함께 층층으로 쌓았다.

한상차림 구성

현미 새송이밥, 고추장 베이컨 부이용, 소갈빗살 롤, 고추장 사과조림, 단부추 무침, 연근튀김, 무지개찰떡케이크, 막걸리 소스를 곁들인 복분자 케이크

소갈빗살 롤

재료 갈빗살 600g, 삼겹살 200g, 소 비계 30g, 배추김치 20g, 간장 4큰술, 설탕 3큰술, 다진파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배주스 100g

만드는 법 1 김치는 씻고 다른 모든 재료는 잘 섞어 10분간 치댄다. 2 김발 위에 고기, 김, 김치 순으로 깔고 사각으로 만다.

깻잎소스 깻잎 300g, 올리브오일 30mL, 생크림 20 mL . 깻잎을 데친 뒤 블렌더에 갈고, 올리브 오일을 넣고 다시 한번 더 간다. 생크림·소금·후추를 뿌린 뒤 마무리한다.

쌈채소: 어린 배추를 구운 뒤 베흐 몽테에 담갔다 내놓고, 허브·올리브오일을 뿌린 체리토마토를 오븐에 구운 뒤 김치 엑기스를 주입해 내놓는다.

고추장 사과조림

재료 사과, 고추장 100g, 정종 250g, 올리고당 150g, 올리브유 200g, 설탕 약간

만드는 법 1 사과 이외의 모든 재료를 잘 섞는다. 2 사과를 얇게 잘라 팬에 구우면서 양념을 잘 발라준다.



일품요리 │ 조인택(플라자호텔) 셰프
전통에 집착 말고 통일 레시피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
우리나라의 김치보다 일본의 기무치가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이유는 서양인의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익숙지 않은 젓갈 등을 생략하고 최소한의 양념맛만 냈다. 양념의 더하기 빼기만 잘 써도 외국인의 입맛을 맞추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통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양념·조리법·재료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대신 얼개가 만들어지면 음식맛의 표준화를 위해 통일된 한식 레시피를 쌓아나가야 한다. 대표 메뉴를 만들 수 있는 통일된 지침이 있어야 외국인들도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갈비 재지 않고 양념 뿌리고 스테이크처럼 구워

외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한식인 양념갈비를 서구식으로 요리했다. 양념갈비는 누구나 쉽게 즐기지만 달기 때문에 쉽게 질리고, 양념에 고기를 재우다 보니 질감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고기를 재우지 않고, 스테이크처럼 소스를 뿌려 먹는 방식을 택했다. 고기 겉면만 익혀 육질을 유지하고 그 위에 갈비 소스로 코팅했다. 이렇게 만들면 육질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소스맛도 느낄 수 있어 갈비구이와 스테이크를 모두 먹는 듯하다.

구운 무 슬라이스로 두른 울타리 안에 인삼갈비소스를 입힌 안심 대파 말이와 싸리버섯 겉절이를 놓았다.

한국인이 고기를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쌈이다. 서양에서는 샐러드를 먹는다. 쌈채소를 샐러드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고 겉절이 양념을 소스로 썼다. 단, 겉절이에 들어가는 양념 중 젓갈은 외국인이 기피하지만 빼놓을 수 없다. 대신 대파로 고기를 감싸 젓갈 향을 중화시켰다.

고기 주위에 두른 구운 무는 소화를 돕고 씹는 맛이 좋다. 의외로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면서 담백하다. 남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이 색다르다. 서양에서 빵을 소스에 찍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특히 9월 초에만 맛볼 수 있는 싸리버섯을 곁들였다. 싸리버섯은 구하기도 힘들고, 결대로 찢어 먹으면 식감이 고기와 같다. 단, 약한 독 성분이 있기 때문에 요리하기 전 반드시 흐르는 물에 담가 두어야 한다.

인삼갈비소스를 입힌 안심 대파 말이와 싸리버섯 겉절이

재료 안심 120g, 싸리버섯 30g, 무 슬라이스, 대파 흰 부분, 흑마늘 2쪽, 붉은 양파, 홍고추, 롤라로사

만드는 법 1 기다란 무 슬라이스를 팬에서 약한 불에 구운 뒤 준비된 틀에 한 장씩 겹쳐 커다란 원형을 이루도록 이어 붙이고 말린다. 2 싸리버섯은 데친 뒤 흐르는 물에 2시간 담가둔 뒤 꺼내 결대로 찢는다. 3 롤라로사·붉은양파·홍고추·흑마늘을 얇게 썰어둔다. 4 2와3의 재료에 겉절이소스를 넣어 버무리고 참깨·참기름을 넣는다. 5 팬에 갈비소스를 끓인 뒤 기름을 두르고 소금·후추로 간한 안심을 굽는다. 6 무 슬라이스를 놓고 데친 대파로 감싼 안심을 올린 뒤 겉절이를 안에 담고 남은 소스를 살짝 뿌린다.

갈비소스 간장 0.4L, 설탕 0.4g, 물엿 0.4g, 배즙 4큰술, 양파즙 4큰술, 다진마늘 2큰술, 정종 0.2L, 물 0.3L, 수삼 한 뿌리, 대파 흰 부분 10g

겉절이소스 고춧가루 3큰술, 멸치액젓 1작은술, 새우젓 1작은술, 생강즙 1작은술, 다진마늘 1작은술, 사과즙 0.5작은술, 배즙 0.5작은술, 양파즙 0.5작은술, 참기름, 참깨



현지음식 │ 김정현(부산파라다이스호텔) 셰프

내가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
한식이라고 하면 매우 다양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불고기·삼계탕 등 특정 메뉴에만 한정된다. 레스토랑이나 셰프도 인기 있는 메뉴에만 매달려 정작 ‘한국적인 맛’을 찾는 데는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식의 대표적인 맛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스시는 맛으로 승부한 것일 뿐만 아니라 회전테이블, 고급이미지 설정, 만드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 등 문화적 파격도 함께 선사했다.

부산 명물 곰장어 껍질, 새콤달콤 묵으로 매콤달콤 소시지로

부산 하면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자갈치 시장이다. 시장의 대표 메뉴는 바로 곰장어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곰장어 구이를 넘어 색다르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곰장어는 서민적인 음식인 데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역동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해 음식을 먹는 이에게 이런 모습을 전하면 먹는 즐거움이 더 커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곰장어 구이는 조리 과정이나 외형상 외국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부산 전통 요리인 묵과 서양인에게 익숙한 소시지 요리법을 접목했다.

곰장어 껍질로 만든 묵과 소시지. 분홍색 백년초 소스로 멋을 냈다.

곰장어 껍질 묵은 자갈치 시장에서는 흔히 보지만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음식이다. 곰장어 껍질에 한천을 넣어 식힌 것인데 바다맛이 강하지 않고 은근하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 크랜베리·살구 등 과일을 넣었다.

곰장어 순대는 서양의 소시지 요리법을 접목했다. 곰장어 양념구이에 당면을 더해 소시지 속으로 활용했다. 양념맛만 내면 너무 자극적이라 당면으로 순화시켰다. 소시지는 쪄 보기도 하고 삶기도 하고 구워도 봤지만 형태를 갖추기 힘들었다. 소시지가 터지는 경우가 대부분. 몇 번의 실패 끝에 훈제오븐에 익혀 소시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스는 곰장어 소시지의 매콤달콤한 맛과 어울리도록 백년초에 겨자를 넣어 만들었다. 보통 소시지를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데 한국 특유의 향을 가미하기 위해 백년초 파우더를 넣었다.

백련초 겨자소스를 곁들인 과일 곰장어 묵과 소시지

재료 곰장어 껍질 1마리분, 곰장어 살 200g, 건살구 15g, 크랜베리 15g, 블루베리 15g, 한천 10g, 당면 10g, 양파 10g, 파 10g, 홍고추 5g, 청고추 5g, 고추장, 양창자

만드는 법 1 손질한 곰장어 껍질을 삶는다. 2 과일과 곰장어 껍질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3 한천을 물에 불려 끓인 뒤 과일과 곰장어 껍질을 함께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서 식힌다. 4 곰장어 살과 채소, 물에 불린 당면을 다진다. 5 고추장에 모든 재료를 버무린 뒤 양창자 속을 채운다. 6 훈제 오븐박스에 습식으로 30분~1시간 동안 6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익힌다.

소스 일반적인 겨자소스에 백년초 파우더를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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