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26) ‘어느 여공의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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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하이혼다 파업의 현미경 관찰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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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809390&page=
2편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815693
3편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82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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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폭행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분개합니다. 일촉즉발, 노동자들은 노동자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파업의 무대 위로 등장합니다.

리샤오쥐안(李曉娟).

얼굴에 소녀 티가 가시지 않은 19세 여성. 난하이혼다에서 2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90후 세대(90년대 이후 출생)’ 노동자이지요.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 과정인 광둥(廣東)공상기술학교를 2008년에 졸업한 뒤 실습생 자격으로 난하이혼다에 와 일을 했습니다. 실습생 근무 2년이 지나 최근 정식직원으로 '승진'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그가 6월 3일 중국을 놀라게 합니다. 이 회사 노동자 대표 자격으로 사측과 공회(工會), 그리고 전 사회를 향해 성명서(公開信)을 발표한 겁니다. 노사분규가 격렬하던 때였습니다. 공회 쪽 사람들이 파업 노동자를 폭행했고, 경찰은 주요 도로를 차단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하단에 자신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또렷이 적어 넣었습니다. 대단한 용기였습니다(그와 아래 사진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성명서는 거침없었습니다. 우선 노동자에 대해 '개별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회사의 노동자 이간책에 넘어가지 말도록 단결을 호소한 겁니다. 그러면서 회사측에는 '매년 수 십억 위안의 이익을 봤는데, 그건 바로 우리의 땀과 피로 만들어진 성과'라며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단체협상에 적극 나서라는 요구였지요.

그는 공회의 어정쩡한 태도를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공회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다면 당연히 파업을 이끌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공격한 겁니다. 그리고는 한 구절 덧붙입니다. '공회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선거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기존 공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리샤오쥐안의 이름과 연락방법(핸드폰번호)가 나온 이 성명서는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이번에도 인터넷의 힘은 여실히 증명됩니다. 파업은 또 다시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됩니다. 파업과정 내내 인터넷이 무서운 매체로 등장한 이유입니다. 조용히 해결하려는 회사나 정부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용자에게는 파업하는 노동자보다 인터넷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창카이(尙凱)

중국인민대학노동관계연구소 소장. 막바지에 달한 파업 현장에 나타난 또 다른 인물입니다. 중국 노사관계 분야에 전문가입니다.

그가 이번 사태에 개입하게 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창 교수는 6월 3일 일찍 퇴근해 출장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런던에서 열릴 학술회에 참가할 계획이었지요. 그 때 전화가 옵니다.

"우리는 파업 노동자입니다. 회사는 우리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회사가 불법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아는 게 없는 우리들은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은 노동분야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도와주십시요."

'90후 노동자' 리샤오쥐안이었습니다. 그가 창카이 교수에게 법률고문을 맡아달라고 전화한 겁니다. 고민도 잠시, 창 교수는 비행기표를 바꿉니다. 런던행을 포기하고 난하이혼다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광저우로 간 겁니다. '노동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로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답니다.

그는 6월 4일 벌어진 노사협상에서 노동자측 법률고문 자격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창카이 교수가 개입한 것은 회사측으로서도 다행입니다. 양질의 중개자이니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파업이 발생하면 소위 말하는 '꾼 변호사'들이 밀려옵니다. 이들은 파업을 선동하고, '기업으로부터 뭐 뜯어먹을 게 없나'하고 달려듭니다. 이들이 끼어들면 파업이 길어지고, 또 임금인상 폭도 커집니다. 아예 외국 기업만을 목표로 파업을 선동하는 '꾼'들도 있답니다. 조심해야 할 대상입니다.

쩡칭홍(曾慶洪)

일본 혼다자동차의 투자회사인 광저우혼다그룹 총경리. 협상장에 나타난 또 다른 외부 인물입니다.

그가 이번 파업에 개입하게 된 것은 '절박함' 때문입니다. 광저우혼다는 난하이혼다의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하루에 수 십 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지요.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그는 직접 개입하기로 합니다. 난하이혼다는 광저우혼다의 하부 계열사였기에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5월 31일 공회의 노동자 폭행 사건으로 파업현장은 험악해져 갔습니다. 쩡 종(總)이 개입한 것은 바로 이때입니다. 그는 6월 1일 제3자의 신분으로 파업현장에 나타났습니다. 양측 중재에 들어갔지요. 우선 시급한 것은 노동자들을 진정시키는 겁니다. 그는 공회의 사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공회는 사과문을 공장에 게시했지요.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이끌어 냈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작업에 복귀했고, 공장은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쩡 종은 막후에서 협상을 주도하게 됩니다.

창카이 교수와 쩡칭홍 총경리의 등장은 난하이혼다의 파업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노사 분규가 일어났을 때 양측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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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6월 4일 오후입니다. 정부측이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난하이전(鎭)정부의 인력자원사회보장국 국장이 테이블 중간에 앉아 회의를 이끌었고, 노사 양측 대표 각각 5명이 좌우로 앉았습니다. 노동자측 대표는 공회주석이 맡았습니다. 파업노동자들의 비난을 받던 공회의 우두머리가 대표를 맡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단체협상의 주체는 공회가 맡는다는 현행 법규 때문입니다.

라샤오쥐안은 노동자 대표 중 한 명으로 협상장에 나타났고, 창카이 교수는 고문 자격으로 협상이 진행되던 중간에 협상장에 들어왔습니다. 쩡칭홍은 막후에서 협상을 지휘하고 있었지요.

노동자측은 4개의 안건을 제기했습니다. 임금 인상, 임금인상 방식, 근무연수에 따른 임금조정, 공회의 재구성 등이었지요. 창카이 교수는 네번째 안건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자문했습니다. '공회 구성은 노동자끼리의 문제이므로 노사협상 요건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었지요. 노동자대표들이 이를 받아들여 드롭했습니다.

임금인상을 놓고 양측 협상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노조측은 기본급 800위안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밀고 당기고 흥정이 시작됩니다. 결국 500위안으로 좁혀집니다. 배분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회사는 가급적 보너스 또는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연속성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노동자들이 바봅니까. 전액 기본급으로 요구했지요. 고정급으로 포함시켜야 내년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카이 교수가 중재에 나섭니다. 섞자는 것이었지요. 결국 '기본급 300위안 인상, 수당 66위안 인상, 연말 보너스 134위안 지급'으로 안을 만들어 회사측에 제시했습니다. 회사도 좋다고 했지요. 가장 힘들었던 임금 문제가 해결된 겁니다. 나머지는 속전속결이었습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6월 4일 오후 9시, 협상 시작 6시간 여 만에 단체협상이 끝납니다. 서명을 했고, 악수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했지요.

5월 17일부터 시작됐던 파업 드라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파업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컸습니다. 난하이혼다에 이어 전국적으로 파업이 일어났고, 최저임금도 크게 올랐습니다. 베이징의 한국 투자기업에서도 파업이 벌어졌고, 텐진에서도 파업 보고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중국 산업현장의 파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난하이혼다의 파업을 주시해야하는 이유입니다.

리샤오쥐안이 6월3일 발표했던 성명서는 이렇게 끝납니다.

'우리의 이번 싸움은 1800명 난하이혼다 직원의 복지 증진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국가 모든 노동자들의 권익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파업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중요한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과연 이번 파업이 중국경제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향후 중국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발전해나갈까요?

다음 칼럼에 이어집니다.

한우덕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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