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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국악 공연은 전주版 우드스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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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11면

‘양반 도시’로 손꼽히는 전북 전주.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유명한 이곳에선 10년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려 왔다. 그렇다고 판소리 같은 국악만을 상상하지 마시라. 재즈 가수인 다이앤 리브스도 다녀갔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공연됐다. 축제는 지구촌의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불러들인다. 가을마다 부대행사까지 포함해 9~10일간 300여 건의 공연이 열렸고 연간 20만 명이 관람했다.

‘소리축제’ 100배 즐기기

올가을엔 ‘원형과 재해석’을 주제로 다음 달 1일부터 닷새간 소리판을 벌인다. 행사 기간을 줄인 대신 고품격의 들을거리·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2일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30분에야 끝나는 ‘퓨전 국악’ 공연은 록 페스티벌을 닮았다. 야외 공연장 주변에 캠핑장을 마련한 것도 그렇다. 젊은이들이 맥주를 마시며 밤을 지새울 때, 현대적으로 해석된 국악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축제 운영진은 ‘전주의 우드스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시끌벅적한 젊음이 사그라진 뒤엔 오래된 전통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3일 오후 4시엔 조상현·성창순·최승희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한 무대에 선다. 2008년 송순섭·조통달·김일구 명창을 한자리에 세웠던 ‘천하명창전’이다. 3일 오후 7시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정순임 명창이 ‘수궁가’를 완창한다. 이튿날 오후 7시 같은 곳에서는 이선유·이동백·송만갑 등 옛날 명창의 고(古)음반을 감상하는 시간이 있다. 권혁대·권아신·김보람 등 우리 시대의 명창들이 이 원형을 재해석해 들려준다. 시원스러운 성음과 능청맞은 연기력으로 유명한 조상현 명창은 ‘판소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옥마을 대청마루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흥부가’로 만든 오페라 ‘흥부와 놀부’, ‘적벽가’를 무용과 만나게 한 ‘타고 남은 적벽’ 등 모던스타일의 옛것이 펼쳐진다. 판소리를 시·영상·록·미술 등과 만나게 한 ‘소리오작교’는 고(故) 임방울 명창 등 옛 시대의 소리꾼들을 등장시킨다. 임 명창이 부른 호남가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난다.

축제는 올해도 먼 나라 이국의 소리에 문을 연다.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는 16세기 작곡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청중을 만난다. 프랑스의 집시 기타리스트 티티 로빈도 무대에 선다. 수백 년 된 한국의 소리와 이국의 음악, 젊은이의 에너지가 만나는 자리. 열 번째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꿈꾸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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